- 불법건축물 봐준 2명도 기소
- 시민단체 “청렴도 하락” 비판

개발 수요가 많은 부산 강서구가 각종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이번에는 건설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건축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6일 건축사에게 수 년간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강서구청 7급 공무원 전모(40)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전 씨는 2012년 9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건축사 A(44) 씨에게서 수회에 걸쳐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전 씨는 개발행위 허가 담당 업무를 맡아 업무상 A 씨와 친하게 지내며 사업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설업자 등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국제신문 지난 2월 19일 12면 보도)된 강서구의회 최일근 부의장이 A 씨를 통해 건네준 150만 원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 부의장 뇌물수수 건을 수사하면서 전 씨의 혐의를 포착했다”며 “최 부의장이 A 씨의 허가를 잘 부탁한다는 뜻에서 전 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최 부의장에게 사업 편의를 봐달라며 뒷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전 씨는 또 A 씨가 강서구 성북동에 약 200㎡ 주택을 지으려던 것과 관련해 편의를 봐준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도 받고 있다. 건축법상 해당 부지에 설치된 불법옹벽을 허문 뒤 주택을 지어야 하지만 전 씨는 이를 알면서도 그대로 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전 씨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지난달 16일 유서를 남긴 채 사라졌다가 경남 김해의 한 모텔에서 발견됐다.

최근 강서구 공무원들이 잇따라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되면서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월에는 강서구 5급, 7급 공무원이 최 부의장의 부탁을 받고 불법건축물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직원들에게 소탐대실하지 말 것을 매번 당부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구민들에게 대표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실천시민연합 이훈전 사무처장은 “공무원들이 잘못된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편의를 대가로 스스럼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졌다”며 “부산시 청렴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 같은 비리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