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원전서 애자 세척하다 사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던 30대 기사와 송전탑에서 뚱딴지 세척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지난 14일 낮 12시24분 동구 수정동 한 아파트 3층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A(35) 씨가 10ｍ 아래 시멘트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두개골 손상으로 숨졌다.

경찰은 A 씨가 이 아파트에 사는 B 씨의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 A 씨는 에어컨과 실외기를 파이프로 연결하기 위해 B 씨 집 벽면에 지름 약 20㎝ 크기의 구멍을 뚫었다. 경찰은 A 씨가 파이프를 연결한 뒤 구멍 틈새를 메우는 작업을 하려고 창문 밖에 설치된 가로 20㎝, 세로 70㎝ 철제 창틀을 밟는 순간 창틀이 떨어져 나가면서 바닥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B 씨는 이 아파트로 이사해 에어컨 설치를 의뢰했고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일손이 바빴던 A 씨가 일주일 만에 B 씨 집을 찾아 작업을 벌이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1962년 지은 건물이다. 오랜 세월 탓에 벽면과 창틀의 연결 부위가 약해진 상태에서 A 씨가 올라서자 창틀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내 이길봉수대 인근 345KV 송전탑에서는 약 30ｍ 높이에서 뚱딴지 세척 작업을 하던 C(49) 씨가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당시 현장에는 한전 감독과 협력사 직원 3명 등 4명이 고압 살수차를 이용해 뚱딴지를 세척하고 있었고, 송전탑에는 C 씨와 동료 D(19) 씨가 올라가 작업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한전은 뚱딴지에 먼지나 소금기 등 이물질이 묻으면 절연력이 저하돼 고장이 나므로 매년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세척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C 씨가 고압세척용 장비인 주수봉을 넘겨받은 직후 추락했다”는 동료의 진술을 토대로 안전관리 부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박호걸 김민주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