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 씨가 지난 1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 씨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검찰 등 수사당국과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씨는 2차 공판이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14일 오후 수사·공판 담당 검사와 50분간 면담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검사님께 ‘폭탄선물’을 드릴테니 요구조건을 들어달라”며 담당 검사와 수사·재판 사항과 관련한 일종의 ‘거래’를 시도했다.

김 씨는 “매크로를 이용해 여론을 조작한 사실을 김 전 의원에게 이야기해줬다. 김 전 의원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검찰에서 증언해 수사실적을 올리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씨는 김 전 의원의 연루 여부에 대한 진술을 하는 대신 댓글 여론조작 수사의 폭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또 자신이 주도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은 처벌하지 말 것과 자신을 조속히 석방해 달라는 조건도 달았다.

담당 검사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김 씨는 특정 언론을 거론하며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경찰 조사에서 폭탄진술을 하겠으며 특정 언론에 다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찰에 가서 사실대로 진술하라”는 취지로 돌려보낸 다음 경찰에 면담 내용을 알렸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날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김 씨를 추가 조사했다.

김 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한 언론에 탄원서라는 이름으로 A4 용지 9장 분량의 옥중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검찰은 4월30일경에는 기조가 바뀌었다면서 당장이라도 김경수 의원을 수사하고 잡아들일 것처럼 하다가 5월14일에는 ‘그럴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검찰은 답변하지 않았으며 다른 피고인의 조사 시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 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경수 전 의원이 매크로 댓글 작업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보고도 받았다. 김 전 의원에게 속았다.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고 나와 경공모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서 검찰은 편지에 적힌 5월 14일에 검사가 다른 피고인을 조사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면담을 모두 녹화·녹음했고 필요하면 공개할 용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