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 입소하면 퇴소 거의 없어
- 기회 생겨도 중증이 우선순위

- 임대아파트 줘도 자립 어려워
- 거리로 내몰리고 범죄에도 악용

장애인 거주시설이 부족해 보육원 출신 지적장애인들이 그대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18일 본지 확인 결과 부산에서 장애인이 숙박하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70곳 정도다. 장애 유형별 거주시설,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장애인 영·유아시설, 공동생활가정 등 시설별로 네 종류가 있다. 이 중 보육원을 퇴소한 지적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은 장애 유형별 거주시설과 공동생활가정 두 종류뿐이다. 장애인 영·유아시설은 만 6세 미만의 영·유아를,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은 중증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육원 출신 지적장애아가 장애 유형별 거주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을 이용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부산의 장애 유형별 거주시설은 18곳으로 총 985명의 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거주시설의 소규모화’ 기치 아래 각 시설은 총정원을 채우지 않아 사실상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수는 더 적어진다.

거주 인원이 4명인 공동생활가정 45곳의 총수용인원도 18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설 입소권은 중증장애인에게 우선 배정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장애 유형별 거주시설에 머무는 장애인 852명 중 1, 2급 중증장애인이 760명(89%)에 달했다.

또 해당 시설은 거주 기간에 제한이 없어 퇴소하는 장애인이 드물다. 공동생활가정도 거주기간을 6개월로 명시했지만 결격사유가 없으면 얼마든지 거주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장애 유형별 거주시설의 입소를 일괄 관리하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부산지회 관계자는 “현재 대기자만 260명이다. 그중 2016년 7월부터 현재까지 입소한 장애인은 10여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국 ‘경증·경계성’ 장애가 대다수인 보육원 출신 지적장애 보호아동은 장애인 거주시설의 입소에서 밀려나고 있다. 부산의 아동양육시설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지적장애 보호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퇴소해야 하지만 장애인 거주시설에 가기 위해 무기한 대기하고 있다. 거주 연장이 가능한 만 24세까지 보육원에 머물다가 혼자 독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렇게 거리로 내몰린 보육원 출신 지적장애인은 결국 비장애인 보육원 출신 동료에게 돈을 뜯기고 범죄에 악용(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9면 보도)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경증·경계성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거주시설’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경우 ‘경증·경계성 장애인을 위한 도심형 호텔 장애인 시설’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청소 등과 같이 장애인이 하기에 버거운 일을 호텔 서비스처럼 제공한다. 인제대 이선우(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지적장애 보호아동에게 주어지는 거주 시설은 보호종결아동에 지원되는 LH 임대아파트다. 그러나 이 경우 거주 공간만 주어져 장애인에게 부적절하다”며 “각기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게 맞춤형 거주시설이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