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 ‘곤봉 선거’등 몸살

1948년 정부수립을 위한 한국의 제헌국회의원 선거는 미군정이 관리했고, 본격적인 선거관리는 첫 국회의원선거인 1950년 5월 30일 선거부터였다. 다만 한국전쟁 때는 유엔(UNCACK)도 함께 관리했다. 하지만 제1 공화국의 선거위원회는 ‘국회의원선거법’ ‘지방자치법’ ‘대통령·부통령선거법’ 등 개별 선거법에 따라 구성돼 헌법상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받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위원 위촉이나 직원의 구성이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기관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였고 경찰도 적극적으로 선거에 관여했다. 따라서 선거기간 내내 관권 선거라는 부정선거로 몸살을 앓았다.
부정선거의 형태는 다양했다. 정부 관료를 비롯한 공직자는 물론 공무원들이 대대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나아가 경찰이 직접 개입한 1954년 5월 20일 국회의원선거는 ‘곤봉 선거’ 또는 ‘경찰 선거’라고도 불렸다. 경찰이 유권자를 곤봉으로 꼼짝 못 하게 위협하며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또는 비밀선거의 의미를 훼손하고 민의를 조작하는 부정도 있었다. 사진과 같이 돈과 고무신 등을 주고 입당원서에 가입하도록 해 표를 얻는 ‘돈 선거’ ‘고무신 선거’도 자행됐다. 또한 투표소에 3, 5, 9명씩 짝을 지어 동행해서 투표하는 부정선거도 있었다. 더 나아가 오전 7시 투표 전에 이미 4할의 사전투표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한편 개표 과정에도 수많은 부정이 저질러졌다. 개표 도중 반대표에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듯 미리 손가락에 묻힌 인주로 무효표를 만드는 ‘피아노표’, 반대표에 붓 대롱을 한 번 더 찍어 무효표로 만드는 ‘쌍가락지표’, 전기를 끄고 개표하는 ‘올빼미 개표’, 여당표 다발 중간에 야당표나 무효표를 끼워 넣는 ‘샌드위치표’, 야당 참관인한테 수면제가 들어간 닭죽을 먹여놓고 임의 개표한 ‘닭죽 개표’라는 것도 있었다. 이와 같은 비민주적인 선거 부정은 결국 전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했고 더 민주적인 선거제도와 절차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전성현 동아대 석당학술원 교수

※ 공동기획 : 국제신문·부산시선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