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용까지 모두 갖춘 곳은 아예 없어
- 민간 공유자전거는 대여조차 어려워
- 정부 “처벌규정 신설 등 방안 구상 중”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오는 9월부터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공영자전거 대여소에 헬멧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모 의무 착용 시기까지 부족한 헬멧을 제대로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공영자전거 무료대여소에서 시민이 자전거와 함께 안전모를 빌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지난 3월 27일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오는 9월 28일부터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자전거 이용자 증가에 따른 사고 발생 증가와 안전장구 미착용에 따른 피해가 커짐에 따른 조처다. 행정안전부의 2016 재난연감을 보면 2014년 4571건이던 자전거 사고는 2년 만인 2016년 8529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자전거 대여소가 법 개정 흐름에 따라 충분한 헬멧을 갖추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현재 부산지역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공영자전거는 모두 2002대다. 13곳에 이르는 대여소 중 성인용 자전거 수만큼 안전모를 준비한 곳은 해운대구 수영구 사하구 등 3곳에 불과하다. 660대의 자전거를 보유한 금정구 스포원파크의 경우 안전모 25개를 보유 중이며 자전거 57대를 보유한 사상구의 경우 안전모는 4개에 불과하다. 앞서 안전모를 많이 보유한 것으로 꼽은 3곳 또한 유아용 자전거를 포함하면 부산시내에 안전모를 100% 구비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부산시 교통운영과가 각 운영 주체에 안전모 확보 필요성을 알렸지만 의무화 시기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사상구 관계자는 “그동안은 이용객의 요구도 없었고 헬멧 구비의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 사실”이라며 “9월 시행 전까지 하루 최대 빌려 가는 자전거 대수에 맞춰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개정안이 비현실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더위와 불편함 탓에 안전모 착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고 짧은 시간 타므로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는 것 또한 문제다. 교통안전공단 부산경남지역본부 이문영 교수는 “자전거가 상대적으로 저속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간과할 수 있지만 안전모 착용이 부상 위험을 줄여주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운영주체인 공영자전거와 달리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이른바 공유자전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공공기관은 헬멧 구비와 대여를 강제할 수 있지만 공유자전거는 사정이 다르다. 세계 최대 공유자전거 업체인 ‘OFO’는 지난 1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로 운영되는 자전거가 총 1000대다. 별도의 대여소 없이 이용자가 주차하는 곳에서 다시 대여가 이뤄지므로 안전모를 착용할 가능성이 작다.

행정안전부 생활공간정책과 관계자는 “정부기관과 달리 민간의 공유자전거를 이용할 때 안전모 착용을 강제하기 어렵다”며 “자전거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법안이 개정된 만큼 추후 처벌 규정 신설 등 안전모 착용 확대를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이문영 교수 역시 “안전모 착용 의무화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법안을 우선 만든 뒤 추후에 문제가 불거지면 처벌 조항을 새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 부산 공영자전거 헬멧 보유 현황 (단위:개) 위치 성인용 자전거 유아용 자전거 헬멧 낙동강 삼락생태공원 227 116 20 낙동강 화명생태공원 91 42 5 낙동강 맥도생태공원 50 80 8 낙동강 대저생태공원 51 35 12 동래구 온천천 70 0 20 해운대구 좌수영교 75 4 75 사하구 을숙도공원 97 95 125 금정구 온천천 89 0 10 연제구 온천천 63 0 10 수영구 민락동 60 5 30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30 5 30 사상구 경전철 사상역 57 0 4 스포원 348 312 25 ※자료 : 부산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