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구 유엔평화기념관 2층 마련
- 업적 소개, 사진 등 자료 전시
- 12일 주요 인사 참석 개관식도
- 미군 발간 책 별책부록 수록 등
- 각계서 재조명 움직임 잇따라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재건하는 데 앞장섰고 죽어서도 유엔기념공원에 묻힌 리처드 위트컴(1894~1982년·국제신문 2011년 6월 11일 자 1면 등 보도) 장군의 뜻을 기리고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개관을 이틀 앞둔 10일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평화기념관 ‘위트컴 장군 상설전시실’에서 직원이 전시물을 점검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위트컴 장군은 1953년부터 1954년까지 부산 미군수기지사령관(준장)으로 근무하면서 1953년 11월 부산역전 대화재 때 군법을 어기고 미군 군수물자를 이재민 3만여 명에게 나눠주고, 부산대 장전동 대지(50만 평)를 확보하고 공사비를 조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군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미국 의회 청문회에 소환됐으나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게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한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역설해 추궁하던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더 많은 구호물자를 싣고 부산으로 돌아온 일화는 유명하다.

유엔평화기념관은 장군의 36주기 추모일인 12일 오후 1시 부산 남구 대연동 기념관 2층에서 ‘위트컴 장군 상설전시실’을 개관한다. 그동안 위트컴 장군은 1층 4D 영상관에서 한시적인 특별기획전 형태로 전시됐다. 앞서 오전 11시 유엔기념공원 위트컴 장군 묘역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추모식에는 장군의 딸인 민태정 위트컴희망재단 이사장, 정권섭 위트컴추모사업회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민병원 부산보훈청장, 박주홍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관, 박종왕 유엔평화기념관장 등 7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컬러로 만나는 1954년 코리아’ 개정판에 실린 위트컴 장군의 일대기 별책부록 표지.

대구에 있는 제5군수지원사령부는 지난해 12월 29일 6·25전쟁과 우리나라 재건에 헌신한 위트컴 장군의 뜻을 기려 장군의 일대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꾸민 ‘위트컴 장군실’을 개관했다. 박주홍 제5군수지원사령관은 “폐허가 된 국가의 재건을 위해 헌신한 위트컴 장군의 발자취는 우리 부대원들에게 큰 감동과 가르침을 주고 있다”며 “위트컴 장군실은 우리 부대가 지향하는 정신적 지표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으로서 한미 양군에게 우정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석환 위트컴장군추모사업회 부회장은 6·25전쟁 당시 부산에 있는 미군 제44기 공병여단에 근무한 미국인 클리포드 스트로버스 씨가 찍은 사진을 엮어 만든 사진집 ‘컬러로 만나는 1954년 코리아’ 개정판을 최근 내면서 위트컴 장군을 소개하는 12쪽 분량의 별책부록을 수록했다. 이 책은 현재 영광도서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김재호 부산대 교수(위트컴추모사업회 이사)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사람’ ‘파란 눈의 구세주’ ‘한국전쟁 고아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붙은 위트컴 장군의 사랑과 희생정신을 이제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할 차례”라고 말했다.

오상준 김봉기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