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포장 폭 6ｍ 군사도로
- 자연석 깔아 등산로 복원
- 도로 아래 상류물 배수로 둬
- 습지 내 물 수위 측정계 4곳
- 관찰로·감시원 정기적 배치도

억새 군락지로 영남알프스의 한 축이자 옛 고사리분교의 추억을 간직한 밀양 사자평 고산습지가 원형을 회복해가고 있다. 이곳의 성공사례는 사라져가는 고산습지는 물론 중병을 앓고 있는 전국의 많은 습지의 원형 회복에도 교과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목들이 침범하면서 습지 원형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만추의 밀양 사자평습지 내 억새군락(사진 왼쪽)과 지금은 흔적만 남은 옛 고사리분교. 이곳에 습지지원센터가 건립된다. 국제신문DB

■과학적 장비가 습지 회복에 기여

복원 작업이 이뤄진 사자평 습지는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의 보고로 변신하고 있다. 신음하던 습지가 되살아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군작전도로의 친환경적 개선이었다. 과거 군사훈련을 위해 만든 폭 6ｍ의 비포장도로가 습지 경계와 나란히 조성됐다. 이 도로 표면이 빗물에 파이면서 하천 형태로 바뀌어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습지로 스며들지 못하고 하류에 바로 내려갔다. 그 결과 습지는 육지화되면서 참나무 등이 무차별로 침범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움푹 패인 도로에 흙을 채워 그 위에 자연석을 깔아 등산로로 복원했다. 도로 밑으로 배수로를 여러 개 만들어 상류의 물이 습지로 자연스럽게 흘러들도록 유도했다. 이를 위해 도로변에 빗물과 계곡물을 1차로 모은 뒤 습지로 보내는 집수정 11곳도 설치했다. 학계와 연구원들의 조사활동을 돕기 위해 습지 내부 4곳에 수위측정계와 관찰로(목도)도 설치했다. 과학적인 장비들이 고산습지의 원형 유지에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습지감시원도 배치돼 정기적으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습지는 크게 고산습지와 저층습지로 나뉜다. 낙동강환경청이 관리 중인 사자평습지, 울산 무제치늪, 양산 신불산습지, 화엄늪이 고산습지이며, 저층습지에는 우포늪과 주남저수지가 대표적이다. 이 중 고산습지는 산꼭대기나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고산습지에는 멸종위기종인 꼬마잠자리가 주로 서식하며, 1㎝ 쌓이는 데 100년이 걸리는 이탄층(스폰지층)이 지면 아래에 많이 분포한다. 이탄층의 꽃가루(화분)를 채취해 연구하면 습지의 역사를 추적해 볼 수 있다.

고산습지 식물들은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대개 산성에 강한 종이 대다수다. 습지가 품고 있는 물은 야생동식물에게 귀중한 식수원이 된다. 이 때문에 습지는 생명줄인 물의 확보가 되지 않으면 상당수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사자평 옆 습지지원센터 건립

사자평습지 복원에 발맞춰 밀양시는 예산 20억 원을 들여 습지보호지역 옆에 습지지원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 건립 부지는 옛 고사리분교가 있던 자리로, 소유주인 표충사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분교를 옛 모양대로 복원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야생화단지도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시는 이곳에서 습지뿐 아니라 산림 환경 교육을 할 예정이다. 탐방객이 찾으면 시는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얻고, 단장면 주민은 민박을 해 수익을 얻는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사자평 습지지원센터는 시가 추진하는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 유치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