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고법판사에 향응 제공도
- 임종헌 전 차장 PC서 문건 발견

법원행정처가 부산지역 건설업자의 뇌물 공여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나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증명할 핵심으로 떠올랐다.

26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PC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문모 부산고법 판사가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의 재판부 심증을 빼내려 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2016년 9월 작성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 문건을 확보했다. 정 씨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현금 5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다. 행정처 문건은 “검찰 불만을 무마하려면 2심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실제로 항소심 선고기일은 2016년 11월로 잡혔으나 두 차례 공판이 더 열려 지난해 2월에 선고가 이뤄졌다. 항소심은 뇌물 수수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해 조 전 청장에게 징역 2년6월에 벌금 3000만 원을, 정 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당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도움을 받으려고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한다. 정 씨는 현 전 수석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2015년 검찰 수사에서 문 전 판사에게 10여 차례 접대를 한 것으로도 밝혀졌는데, 당시 문 전 판사는 행정처의 구두 경고만 받았다.

한편, 이날 정 씨가 상고심 재판부에 “조 전 청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진술은 검찰의 회유에 못 이겨 한 거짓 진술”이라는 취지의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는 의혹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정 씨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관계자는 “정 씨는 혐의를 인정해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도 포기했던 사람이다. 이제 와서 검찰의 압박이 있었다는 진술서를 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