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 올 1~8월 104건·경찰 인계 46건
- 4호선 100%·1호선 51편성 중 11편성
- 부산교통공사, 설치비용 문제에 난색
- 서울시 안전지킴이 앱처럼 대안 필요

지난 4월 25일 오후 3시35분 부산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 방면 전동차 객실. 30대 여성이 옆자리에 앉은 70대 남성에게 성추행당했다며 신고했다. 70대 남성이 소지품을 놓는 척하면서 치마 속 허벅지를 여러 차례 만졌다는 것. 피해 여성의 진술은 일관됐다. 성추행이 벌어진 전동차 내부에 목격자도 CCTV도 없었다. 결국 이 성추행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2016년 5월 29일 오후 2시께 도시철도 4호선 미남역 승강장에서도 성추행 신고가 들어왔다. 60대 남성이 밀착해 여성의 엉덩이에 접촉했다는 내용이다. 이 남성은 1분 뒤 바로 옆 여성에게 다가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범행을 목격하고 범인을 붙잡은 건 바로 CCTV였다. 경찰은 성추행을 당한 시간대의 CCTV를 분석해 범행 장면을 포착했고 가해자의 인상 착의를 파악했다. CCTV에 발목이 잡힌 이 가해 남성은 구속됐다.

부산교통공사는 전동차 내 성추행 신고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27일 밝혔다. 2015년 39건에 불과하던 부산도시철도 콜센터 성추행 신고 건수는 2016년 59건으로 늘더니 2017년 101건, 올해(1~8월) 104건으로 급증했다. 신고 사건 중 경찰로 인계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15년 29건에서 2016년 31건, 2017년 44건, 올해(1~8월) 46건으로 늘었다.

최근 미투 사건 등의 영향으로 성범죄 신고는 늘었으나 경찰로 인계돼 범행이 입증되는 사례는 현저히 적다. 특히 도시철도 내 성범죄는 전동차 내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정작 이곳 CCTV 설치율은 극히 낮다. 도시철도 2, 3호선의 경우 전동차 내부에 설치된 CCTV는 한 대도 없다. 현재 도시철도 1호선과 4호선에만 CCTV가 설치된 상태다. 4호선의 경우 모든 전동차에 CCTV가 설치됐지만 도시철도 1호선은 51개 편성 중 11곳에만 CCTV가 구비됐다. CCTV는 전동차 앞뒤 2개씩 설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도시철도 내 성범죄 사건 10건 중 7건은 CCTV가 없어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붐비는 도시철도에서 발생한 범죄라 목격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도시철도마다 CCTV 설치율이 다른 건 전동차 내 CCTV 설치가 2014년부터 강제되면서다. 2014년 도시철도법이 개정되면서 새로 도입하는 전동차는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한다. 반면 이전에 도입된 전동차의 경우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늘어나는 성범죄에 부산교통공사는 CCTV 설치에 공감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도시철도 1호선 기준으로 전동차 1편성에 설치된 CCTV는 16대인데, 이 설치 비용만 68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CCTV가 아닌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 ‘지하철 안전지킴이’ 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 앱의 큰 장점은 제삼자도 성추행 사진을 찍어 실시간으로 신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간 부산도시철도 콜센터로 신고된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없으면 사건이 경찰로 인계되지 않았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