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도급제 방식 문제 지적하며
- 표준계약서 마련 등 대안 제시

불투명한 운영과 허술한 관리 탓에 비리 온상으로 지목된 부산지역 쓰레기 수거 업무 대행에 대한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의회가 노동계와 머리를 맞댔다.

26일 오후 2시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시의회 기획행정위 주재로 ‘자치구·군 청소대행 문제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청소 대행업체 두 곳이 지자체를 속여 약 20억 원을 횡령(국제신문 지난 5일 자 8면 등 보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같은 구조로 운영되는 부산 16개 구·군의 쓰레기 수거 대행업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의회와 각 구·군 기초의회, 공공연대노조 관계자 등이 토론회에 참석해 업체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같은 문제 재발을 막는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회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만 ‘지역도급제’ 방식으로 쓰레기를 수거한다. 특정 구·군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드는 1년 비용을 계산해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대행업체 38곳에 소속된 노동자는 1945명이며, 16개 구·군이 대행업체에 지급하는 연간 총액은 1100억 원 수준이다.

문제는 경찰 조사에서 확인된 대로 업체가 손쉽게 ‘유령 직원’을 끼워 넣어 총액 가운데 직접노무비를 착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의회와 노동계는 업체의 비용 지출 감독이 소홀해 부산 전역에 비슷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수거 업무를 지자체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당장 전환이 쉽지 않다. 공공연대노조 이봉주 지도위원은 “직영으로 전환되면 노동자 1인당 인건비가 한 달에 약 50만 원 올라 비용 부담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논의는 직영 전환 때까지 대행 체제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에 집중됐다. 대행 원가 산정 단계에서부터 지자체와 업체, 기초의회, 노동자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시가 지자체 감독 강화를 비롯해 업체 집행 비용 정산 의무화 등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