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사장 등이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부산항시설관리센터(국제신문 지난달 25일 자 보도)에서 폭넓은 인사 비리까지 횡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임 사장과 전·현직 간부가 친분 있는 지원자에게 특혜를 줘서 채용하고 파격적으로 인사 조처한 정황이 확인됐다.

5일 본지가 부산항시설관리센터(이하 센터)의 채용·인사 내역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항보안공사 등의 고위직 간부가 인사 이동 등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센터 인력의 70%가 청탁으로 입사하거나 인사 혜택을 받았다”는 내부 고발까지 나왔다.

채용·인사 내역을 보면 직원 A 씨는 센터 전임 사장의 아내와 A 씨의 아내가 친·인척 관계라는 점이 반영돼 47세에 무급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이후 그는 입사 7년 만에 2급 직원으로 파격 승진했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2급은 평범한 직원이 20년 이상 근무해야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이라며 “5년이 지나도 말단인 직원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A 씨는 특급 대우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입사 내정자에 맞춰 채용 기준을 바꾸거나 효력이 없는 자격을 인정한 사례도 있었다. 직원 B 씨는 부친이 항만공사 1급 출신 인사와 친분이 있어 30대 초반인데도 과장급인 4급 경력직에 합격했다. B 씨가 일본의 중소 컨벤션업체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하기 위해 채용 과정에 일본어 능력 등의 지원자격을 급히 추가한 정황도 있었다. 또 B 씨는 유효기간이 끝난 10년 전 토익 점수를 제출했지만 문제없이 채용됐다. 외국어능력 우대 요건을 사실상 허위로 기재했는데도 정식 채용이 이뤄진 것이다.

항만의 화물을 관리하는 직군에 무자격자가 채용된 사례도 있었다. 직원 C 씨는 보안공사 전 본부장의 아들로, 보세사 자격증 보유가 필수인 직군에 자격증도 없이 합격했다. 채용 당시 보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다수의 경쟁자는 서류·면접 심사에서 불합격 처리됐다.

관계기관 간에 자녀를 ‘맞트레이드’해서 채용한 사례까지 있었다. 직원 D 씨는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전임 이사장의 아들로, 센터 전임 사장의 아들이 선원복지고용센터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상호 교환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관제 등 부산항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무자격 직원을 뽑은 의혹도 제기됐다. 센터 내부 관계자는 “안전 담당 요원은 응급구조사 자격이 필수지만, 내정자에 따라 이 자격 요건이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현재 안전 직원이 11명인데 자격증 소지자는 2명뿐”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은 “(국제신문이 확보한 내역대로) 인사가 이뤄진 건 사실이다. 당시 특혜와 공정성 논란이 있었던 것도 맞다”며 “최근 경찰 조사 후 센터에 노동조합이 신설됐다. 노조와 함께 문제를 개선하도록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