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아픈분 돕는 의사 되고파”
- 음주운전 처벌강화 운동 재개

고(故) 윤창호 씨의 단짝 이영광(21) 씨가 친구를 잃은 아픔을 딛고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이 씨는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라는 메시지를 주고 떠난 윤 씨를 위해 수능을 코앞에 두고도 ‘윤창호법’ 제정 운동에 앞장서 왔다.

이영광(왼쪽) 씨와 고(故) 윤창호 씨. 이영광 씨 제공

수능 하루 전인 14일 이 씨는 “친구들과 약속한 ‘역경을 딛고 창호를 향하여’를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동안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게 창호가 좋아하는 일일까를 생각하며 다시 연필을 잡았다”고 했다.

이 씨는 부산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공학도다. 그러나 의학도가 되려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그는 지난 9월 윤 씨가 만취 운전자가 몬 차에 치여 뇌사에 빠진 무렵 영남대 의대 수시 1차 합격 소식을 들었다. 이후 윤창호법 제정 운동을 하느라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다. 그래도 허겁지겁 준비한 2차 면접시험에도 합격했다.

이 씨는 “정신과 의사가 돼 마음이 아픈 분을 돕고 싶다. 많은 이가 사소한 말 한마디에 삶의 큰 변화를 일으키는 걸 보고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이런 신념은 그가 윤창호법 제정 운동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윤 씨의 또 다른 친구들도 다시 기운을 내고 윤창호법 제정 활동을 재개했다. 이들이 경비 마련을 위해 만든 배지는 벌써 500여 개가 판매됐다.

오빠 친구들의 열성적인 모습에 힘을 얻은 윤 씨의 여동생(19)도 이번에 수능을 치른다.

이 씨는 “이번 수능을 통해 뜻을 이뤄, 창호 몫까지 사랑하고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