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사고로 번지기 전 신속 처리

부산 앞바다에서 일어난 기름 유출 사고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해경의 긴급 방제 시스템이 대형 사고로 번지는 것을 막아 주목받는다.

부산 해양경찰서는 지난달까지 해상 기름유출 사고가 48건 일어났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발생한 41건보다 7건 많은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구 감천항과 지난 1일 남구 용호항에서도 해양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나 해경이 긴급 방제작업을 펼쳤다. 기름 유출 사고는 대부분 연료유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부주의 탓에 일어난다. 기름이 관을 통해 오가다 새는 경우가 많고, 연료탱크를 제대로 밀봉하지 않아 기름이 흘러넘치는 때도 있다.

사고 빈도는 크게 늘었지만, 해경의 신속한 대처로 연안 오염과 같은 대형 피해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해경이 2008년 구축한 ‘해양 오염방제 지원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해양 오염 사고가 일어나면 해경은 방제정을 파견해 사고 지점 주변에 기름을 흡수하는 펜스형 유흡착재를 설치하고 기름의 확산을 막는다. 이후 해수와 함께 기름을 회수해 방제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때 해양 오염방제 지원 시스템은 기름이 확산하는 방향과 범위 등을 예측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방제를 돕는다. 해경은 이 시스템이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방제작업을 전략적으로 수행한다.

남해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시스템을 활용하기 전에는 경비함정이나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해서 육안으로 오염된 범위를 확인했다. 그러다 보니 야간에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이제는 신속하게 방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외국 선박의 기름 유출 사고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어와 중국어로 된 홍보물을 제작해 외국인 선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부산 해경 관계자는 “외국 국적 선박에서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조사하는 데 행정력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예방에 나섰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