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점휴업·비어 있는 점포 속출
- 건물주, 관리비라도 건지려
- 출혈 감수하고 파격 조건 임대
- 인근 대형상가 준공이 최후 희망

경남 양산 물금신도시의 대표 상권인 증산 상업지의 침체가 심각하다. “보증금만 까먹고 있다”는 임차 자영업자의 하소연은 특별하지도 않다. ‘조물주보다 위’라는 건물주조차 공실 관리비 20만~30만 원을 아끼려고 ‘1년 무상임대’ 조건을 내걸 정도다.

	물금신도시 증산상업지의 한 상가건물 입구에 임대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일 오전 증산 상업지 내 상점은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였다. 점포를 들여다보면 손님보다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주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날 A상가의 3층을 둘러봤더니 5개 점포 중 4개가 비어 휑한 모습이었다. 이 상가에는 34개 점포가 있는데, 이 중 7개만 임대됐고 나머지는 공실이었다. 인근 S상가도 58개 점포 가운데 17개만 임대돼 임대율이 29%에 그쳤다.

다른 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건물의 ‘얼굴’이라는 1층 점포에도 ‘임대’라는 글자와 부동산 전화번호가 적힌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 상가의 임대료는 실평수 49~65㎡(15~20평) 기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 임대료 200만~250만 원 수준이었다. 1년 사이 보증금은 3000만 원으로 떨어졌고, 임대료는 50만 원 줄었다.

그래도 매출이 워낙 부진해 임대가 안 된다. 급기야 일부 상가는 ‘1년 무상임대’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한 건물주는 “공실이라도 점포 개당 매달 관리비가 20만~30만 원 들어간다. 관리비라도 건지려면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영업 중인 자영업자들은 ‘파산’을 걱정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임대료를 못 내서 보증금에서 깎아내리고 있다”며 “얼마 안 가서 조금 남은 보증금마저 대출업자에게 압류당할 판이다”고 하소연했다. 상가 거래가 전문인 G부동산업소 이모(62) 공인중개사는 “장사가 안 돼 대출금을 장기 연체 중인 업소가 상당수다. 내년에는 상가가 경매에 넘어가 파산하는 업소가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권 침체는 이곳의 상가 수가 다른 지역에 견줘 많은 데다, 인근 부산대 양산캠퍼스 유휴지 개발이 늦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상인들은 대형 상가인 ‘라피에스타’ 준공에 한 가닥 희망을 건다. 라피에스타에는 손님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영화관과 1만4800여 ㎡(4500평) 규모의 대형 마트가 입점할 예정이다. 증산 상가 상인들은 최근 양산시와 시의회에 라피에스타 조기 준공 등 상업지 활성화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