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정 김태욱 경위 내부망에 글
- 공안직 편입 등 청원도 올라와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부산에서 경찰의 직급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경찰 내부가 술렁인다.

1일 부산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부산 금정경찰서 소속 김태욱 경위는 전국 3만3000여 명의 경찰관이 보는 내부망에 글을 올렸다. 올해 32년 차 경찰인 김 경위는 “현장 경찰관의 직급이 낮아 규제 행정에 어려움이 있다. 외국은 경위가 사무관급인데, 우리나라는 터무니없이 직급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찰 외 공무원은 통상 근속 연수가 차면 경감에 해당하는 6급 승진 대상자 전원이 승진한다”며 “경찰은 광역자치단체 내 전체 승진 대상자의 30%만 진급시키는 규정에 따라 나이가 많은 경위가 30년 이상 근무하고도 경감 계급장을 못 달고 퇴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성토했다.

김 경위의 지적대로 경찰 외 직군은 승진 심사 때 탈락률이 0%에 가깝다. 다른 조직에도 경찰과 마찬가지로 승진 대상자의 30%만 6급으로 승진하는 규정이 있지만, 심사 경쟁 규모를 해당 공무원이 재직하는 기관의 부서 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서 내 승진 대상자가 1명일 경우 경쟁 없이 승진이 가능하다.

김 경위는 경찰 외 직군은 통상 6급 승진에 23년이 걸리는 반면 경찰은 평균 25년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른 직군은 직급 체계가 9단계이지만 경찰은 11단계여서 승진 대상자가 되려면 상대적으로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부망을 통해 김 경위의 글을 본 경찰관 대부분은 공감을 표하고 있다. 부산의 한 경찰은 “경위로 퇴직하는 경찰은 ‘평생 일했는데 일반 직원으로 퇴임하느냐’는 가족의 눈총 때문에 퇴임식에도 가지 못한다”며 “무조건 직급을 올려 달라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김 경위가 글을 올리기에 앞서 지난달 1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 직급 조정 및 공안 직군 편입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글은 게시한 지 보름 만에 1만9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11단계인 경찰의 직급 체계를 지자체 공무원처럼 9단계로 조정하고, 경찰직군을 공안직군에 포함해 격무에 대한 보상을 해달라는 게 청원 글의 요지다. 청원자는 “경찰은 다른 직군 공무원에 비해 인사 적체, 보수·연금 불이익, 승진 부담 등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원자는 이어 ▷6급 상당 경감 이하 계급 중 하나를 폐지하고 ▷계급 간 통합으로 경감 이하 직급을 1단계 축소하며 ▷경찰청장을 개방직 차관급(또는 장관급)으로 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 자격을 갖추도록 내부망 등을 통해 청원 글 지지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