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청소년의 여가 활동을 위해 설립된 부산 해운대청소년수련관(이하 수련관)이 특정 지역 주민의 체육시설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후 관리조차 안 되는 지자체의 포퓰리즘 과욕 탓에 공공 인프라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해운대구는 올해부터 수련관에 구비 1억3400만 원을 투입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처는 수련관을 수탁 운영해온 대한적십자가 올해부터 자부담 예산을 쓰지 않기로 하면서 시설의 운영 적자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시행됐다. 2015년부터 2018년(9월 기준)까지 매년 이 기관은 수영장 헬스장 등 주민 편의시설을 운영해 9억3993만6000원, 9억8271만1000원, 10억1835만4000원, 8억1754만2000만 원을 벌었다. 같은 기간 연도별 세출 액(쓴 돈) 14억1197만8000원, 14억79만5000원, 13억5636만2000원, 9억2547만9000원을 적용하면 매년 적자 운영을 한 셈이다. 하지만 적십자가 매년 8000만~2억여 원의 자부담금을 투입해 수련관은 적자 운영을 면했다. 그런데도 구 측이 그간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자 올해 적십자사가 “더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 없다”며 자부담을 중단한 것이다.

이에 2012년 구가 ‘청소년 여가 선용 시설 설립’을 명목으로 국비를 받아 수련관을 건립할 때 편의시설을 포함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 수영장 성인 요금은 6만5000원으로, 기초수급자 장애인 다자녀 주민 등은 요금의 10%를 감면받는다. 이런 혜택을 받는 비율이 매년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영장 관련 인력 23명의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발생해 적자가 발생한다. 수련관 측은 “이미 뽑은 인력 운용을 위해서라도 수영장을 가동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주민 수요를 고려하더라도 수영장 중단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련관 운영·관리가 수영장 헬스장 등 수익이 나는 곳에 집중되면서 청소년 프로그램은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게 시설 안팎의 지적이다. 그 바람에 주민 체육시설에 23명의 인력을 쓰는 반면, 청소년 프로그램에는 활동팀 6명 지원팀 3명의 인력만 투입된다. 수련관 이용객 중 청소년 비중은 34% 수준인데, 이는 타지 수련관이 60%대의 청소년 비율을 보이는 것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또 수련관이 재송동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데다 주변에 안내 표지판도 없어 이 시설을 재송동 청소년만 주로 이용하는 것도 문제다. 비슷한 ‘행운대청소년문화의집’, ‘반송2동청소년문화의집’ 모두 반송동에 몰려 있어서 구 전체 주민을 위한 보완재 기능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황이 알려지자 일부 주민은 “말만 청소년수련관이지 사실상 주민 체육시설이다. 낙후지 주민만 구민이냐”는 불만을 말한다. 해운대구의회 최은영 의원은 “좌·우동 등 타지 청소년도 수련관, 문화의 집이 필요하다. 공공 인프라가 소외지역에 집적되니 역차별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오는 6월께 추가로 좌·우동 지역 청소년을 아우를 수 있는 여가 시설 용지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