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만 원… 시세 1년새 절반

주키니 호박 가격이 급락해 전국에서 이 농작물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경남 진주시 금곡면 주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가을 태풍’에 피해를 본 농민이 재배 기간이 짧은 주키니 호박을 생산하는 데 뛰어들어 과잉 공급된 게 원인으로 꼽힌다.

29일 금곡농협과 재배 농민의 말을 종합하면 주키니 호박 가격이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져 농민이 출하를 포기하고 지역 농협을 통해 산지 폐기처분을 하고 있다. 금곡면은 주키니 호박의 전국 생산량 40%를 생산하는 주산지다.

현재 주키니 호박의 산지 가격은 특 상품이 한 상자(10㎏)에 9000~1만 원이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배 이상 높은 2만~2만5000원이었다.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 상품은 상자당 5000~6000원에 팔린다.농민 김철규(64) 씨는 “호박을 서울까지 운송하는 비용과 상자 구매비만 따져도 2500원이다. 특 상품 상자당 1만 원에 팔고 나면 남은 돈은 생산 원가도 안 된다. 하루빨리 가격이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 정도 가격을 받게 된 것도 지역 농협이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산지 폐기 처분을 한 결과다. 금곡농협은 지난 1주 동안 3500만 원을 들여 주키니 호박 8880상자를 매입하고 전량 폐기처분했다. 산지 폐기처분 조처 전 주키니 호박의 가격은 한 상자에 3000원~4000원에 불과했다.

주키니 호박 가격이 이렇게 급락한 원인은 가을 태풍으로 지목된다. 늦은 태풍 때문에 그간 키운 작물이 죽을 지경이 되자 대체 수입원을 찾던 농민들은 주키니 호박 재배를 시작했다.

주키니 호박은 가격이 비교적 높고, 재배기간도 짧아 태풍 피해를 본 상황에서 대체 작물로 안성맞춤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다수 농민이 같은 생각으로 주키니 호박을 키우면서 지금은 공급과잉이 됐다.

시 관계자는 “농민과 농협이 가격 파동만은 막자는 생각으로 힘겹게 키운 호박을 스스로 폐기까지 한 결과에 가격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점차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