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지 사들여 보전하는 사업
- 224억 필요… 이대론 22년 걸려
- 김해시 생태관광지 조성 차질

환경부가 경남 김해 화포천 매입을 위한 올해 예산으로 10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전체 매입비용의 4%에 불과해 김해시가 추진 중인 화포천 생태관광지 조성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시는 최근 환경부가 화포천 습지 매입비로 10억 원을 배정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고 29일 밝혔다. 환경부는 2017년 11월 한림면 퇴래리 일원 1.244㎢를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 고시했고 올해 처음으로 매입 예산을 배정했다.

시는 화포천 내 훼손 지역이나 생태계 보전이 필요한 곳부터 우선 매수해 습지를 보호할 계획이다. 오는 4월부터 매도를 희망하는 지주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지역의 공시지가는 3.3㎡ 당 5500~11만 원이다. 현재 시가를 고려하면 20만 원 이하로 예상된다. 화포천 습지 내부에 땅을 소유한 지주는 180여 명이다.

지주들로부터 습지를 매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총 224억 원으로 추산된다. 환경부가 올해 배정한 예산은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이후에도 매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입 예산이 반영되면, 습지 매입에만 20년이 넘게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해지역에서는 ‘찔금 예산’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시가 화포천 주변을 생태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세운 계획은 화포천 주변에 탐방객 숙박시설인 에코센터를 만들고, 어린이 생태체험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미니 화포천 습지를 만드는 등 주변 9개 마을을 생태관광지로 조성하는 내용이다.

사유지인 습지를 매입하는 게 이 계획의 첫 단계인데, 시작부터 시가 그린 큰 그림이 틀어지게 됐다는 게 지역에서 나오는 우려다. 습지를 매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면 지주들이 권리를 내세우면서 탐방객의 출입을 저지할 수도 있다. 지난해 지주들은 화포천 습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 반발하며 규제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예산 배정 규모가 이렇게 적을 줄 몰랐다”며 “환경부가 습지 내부 땅을 먼저 매입해야 우리 시도 안정적으로 습지 밖에서 다양한 시설물 건립을 통한 관광객 유치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 관계자는 “우리는 전국 25개 내륙 습지의 사유지 매입을 진행 중”이라며 “첫해 지원 예산은 당초 5억 원이었는데 이후 10억 원으로 증액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