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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10> 구포 만세길

만세운동·피란민 구포국수의 추억… 구석구석 근·현대사 발자취

  • 국제신문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19-03-07 19:45:4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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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서 출발
- 구포시장까지 가는 1.7㎞ 구간

- 도시개발로 사라진 감동진 나루
- 일제 때 만세운동 벌인 구포장터
- 지방은행 효시인 구포은행 등
- 역사 현장 속으로 ‘ 타박타박 ’

- 치안센터~주민센터~구포시장
- 보·차도 구분 없어 위험하기도

부산 북구 구포(龜浦)는 ‘거북 포구’의 뜻이다. 범방산의 산줄기 하나가 낙동강을 향해 물을 마시려고 머리를 쭉 뻗은 거북을 떠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포나루를 중심으로 수운이 발달했고, 구포나루의 감동진은 상주 낙동진, 합천 밤마리나루와 함께 낙동강의 3대 나루였다. 조세창고(감동창)가 있어 물류의 중심지, 정미업 등을 앞세운 상업의 중심지로 오랜 기간 번성했다. 구포장은 사람으로 넘쳐날 수밖에….
   
부산 북구 구포동 구포 만세 역사 테마거리. 100년 전 구포 장터 일대에서 일어난 3·1 만세 운동을 기려 조성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이번에는 ‘구포 만세길’을 돌아본다.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에서 출발해 구포만세거리를 거쳐 수백 년 전통의 구포시장에 이르는 구간이다. 총 1.7㎞로 비교적 짧지만 구석구석에서 구포지역 근현대사를 더듬어보는 길이다.

■ 1060m 구포다리 역사 속으로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에 내려 3번 출구로 올라오니 전망대가 기다린다. 낙동강 하구와 강서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낮에는 철새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는’ 전망대다. 전망대 아래로는 강변대로가 낙동강을 따라 이어져 있고, 많은 차량이 쏜살같이 달렸다.

도시철도 구포역 1번 출구 옆에 ‘구포 감동진 나루터’ 안내판이 있다. 1930년대에 활황을 누렸던 구포지역 정미업의 쇠퇴로 나루의 기능을 점차 상실해 구포와 김해 대동을 오가던 나룻배마저 1980년 초 사라졌다고 알려준다. 구포나루터는 도시철도 구포역이 나루터 위에 세워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도시철도 구포역 역사 아래는 낙동강 제방을 따라 ‘생태 탐방길’이라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도시철도 구포역사와 구포대교 사이에는 예전에 ‘구포다리’가 있었다. 강서구 대저와 구포를 잇는 낙동강 최초의 다리였고, 1933년 완공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길었던 다리였다. 그래서 ‘낙동장교(洛東長橋)’로 불렸다. 총길이는 1060m. 구포역 일대 지번 가운데 ‘1060’이 대부분인데, 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구포다리는 태풍으로 상판이 내려앉자 2008년 철거됐다.

도시철도 구포역 3번 출구에서 경부선 구포역으로 곧장 가는 육교가 있다. 육교로 건너 경부선 구포역 쪽으로 가다가 낙동대로를 따라 북구청 쪽으로 조금만 가면 구포역 버스정류장 앞에서 우리은행 구포지점을 만나게 된다. 건물 앞 기둥에 ‘1912년 9월 21일 개점한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입니다-구포은행(구포저축주식회사)’이라는 글귀가 동판이 새겨졌다. 구포은행은 부산 경남 지주들과 구포 객주 등이 자본을 내 문을 열었다. 우리 민족이 세운 최초의 지방은행이다. 구포지역 상권 쇠퇴와 맞물려 몇 차례 이름이 바뀌었지만, 자리는 우리은행 구포지점으로 유지하고 있다.

■ ‘따뜻한 한 끼’ 구포국수의 추억

   
‘구포 만세길’에 세워진 ‘구포국수 체험관’. 구포국수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김종진 기자
자리를 옮겨 경부선 구포역 쪽으로 향한다. 여기서 철길을 따라 구포시장 쪽으로 ‘구포 만세 역사 테마거리(구포만세길)’가 이어진다. 경부선 구포역 앞에는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에 정기공연이 펼쳐지고 있지만, 사실 을씨년스럽다. 주변 상권도 예전만 못하다. 경부선 구포역에 내린 사람들은 곧바로 버스로 갈아타거나 도시철도 구포역으로 가버린다. KTX 정차 횟수도 줄면서 구포역을 찾는 승객 역시 급감했다.

이러는 사이 구포만세길에서 구포국수체험관과 문화예술플랫폼·북구근대역사관을 잇달아 만난다. 6·25전쟁 무렵 구포장 일대에서 생산해 피란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줬던 구포국수. 건물 2층 체험관에서는 프로그램 신청을 통해 직접 구포국수를 만들고 맛볼 수 있다. 건물 3층은 구포국수의 유래, 역사, 제조 과정 등 다양한 정보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구포국수체험관 바로 옆 건물은 북구근대역사관(1층)과 입주작가 창작 공간인 문화예술플랫폼(2층). 건물 앞에는 1914년 불이 난 구포장터에 시장을 새로 세우기 위해 의연금을 낸 기록을 새긴 ‘구포장터 화재 의연 기념비’ 등이 서 있다. 이 비석은 강변 나루터 언덕 위(박석골)에 있었으나 아파트 단지 조성에 따라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구포1치안센터 앞에서 철길 지하도를 통해 구포1동주민센터 쪽으로 향한다. 이 구간과 구포1동주민센터에서 구포시장으로 향하는 길은 보·차도 구분이 없는 등 보행 여건이 나쁘다. 구포1동주민센터 화단에서 ‘이유하 축은제비’가 반긴다. 물난리가 잦은 구포의 대리천에 제방을 쌓은 이유하 양산군수(1808~1810년 재임)의 공을 기려 지역민이 세운 비석이다.

길은 계속된다. 구포성당을 거쳐 구포신협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구포시장. ‘영남읍지’(1871년)에 구포장이 기록된 것으로 봐서 시장의 역사는 훨씬 더 오래됐을 것으로 보인다.
   

오광수 기자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inmin@kookje.co.kr

※공동기획:부산시·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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