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비 관련 인력 충원에만 치중
- 현장 총괄지휘 사무처장도 공석
- 원전지역 지자체 운영 위임 요구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8주기를 맞은 가운데 사고 이후 현장 규제를 강조해온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사무처장, 방재실장 자리가 수개월째 공석 중이어서 원안위가 현장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원안위 산하 고리지역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고리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는 정규 인원보다 1명 적은 2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리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는 고리 원전으로부터 14㎞ 떨어진 부산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에 있는 방사능 방재 전문시설이다. 원안위는 고리·월성·울진·영광 등 원자력 발전 설비 기지 4곳에 지역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각 사무소는 반경 10~14㎞ 떨어진 곳에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를 운영한다.
통상 사무관급 직원이 맡는 방재실장은 원안위의 6, 7급 방재원 1명, 원자력안전기술원 파견 박사 1명과 함께 방호 시설을 점검하고, 유사시 방재를 위한 규제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고리 현장방사능지휘센터의 방재실장 자리는 2달가량 공석인 상태다. 방재실장이 맡아야 할 업무는 방재원과 박사가 하고 있다.
이를 놓고 원전 전문가들은 “원안위가 원전 설비 안전 규제 인원을 늘리면서도 사고에 대비한 방재 인원은 오히려 줄였다”고 지적한다. 실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82명이던 현장 규제 인력은 현재 150명까지 늘어났다. 한 전문가는 “후쿠시마 사고 때 주민 보호와 방재 부분에서 많은 문제가 터졌다. 방재실장 공석 사태는 그와 같은 역사를 간과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리지역사무소 측은 “올해는 대규모 훈련 대신 소규모 발전소 훈련만 예정돼 있어 센터 인력을 줄여 운영하고 있다”며 “대신 지역사무소 내 주무관 1명이 센터 방재실장을 겸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방사능 비상사태 발령 시 각 현장방사능지휘센터를 총괄 지휘하는 원안위의 사무처장 자리도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공석이다. 사무처장은 원안위원장이 재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지연되면서 임명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원안위 측은 매뉴얼에 따라 기획조정관이 사무처장 직무를 대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장군을 비롯한 원전지역 지자체들은 “국장급 기획조정관이 각 지자체장에게 지시를 내리고 지휘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각 지휘센터의 운영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센터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지역사무소의 소장 임기가 평균 6개월~1년으로 짧아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근 고리 지역사무소 소장은 불과 4개월 만에 교체됐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