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지속해서 상승해 온 부산지역 초중고등학생(이하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4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도 3년 만에 증가세를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사무실에서 열린 정부의 ‘2018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분석 및 사교육비 경감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인수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와 통계청은 12일 전국 1486개교 학부모 4만 명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부산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7년과 같은 27만6000원을 기록했다. 2015년(전년 대비 3.1% 증가)부터 2017년(7.8%)까지 이어진 증가세가 4개 연도 만에 멈춘 셈이다.

이재원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지난해 사교육비 통계에는 (2017년까지 포함되지 않았던) ‘진로·진학 상담료’가 새로 반영됐다”며 “따라서 지난해 부산의 사교육비는 수치상으로 2017년과 같지만 실제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이는 더 적은 셈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부산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순위도 2017년 4위에서 지난해 6위로 낮아졌다. 지난해 전국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전년보다 7.0% 증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사교육비(41만1000원)가 가장 많았고, 울산과 경남은 각각 26만5000원과 22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부산지역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0.3%로 2017년(73.0%)보다 2.7%포인트 떨어졌다. 부산의 사교육 참여율이 전년보다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2014년(65.8%, -1.5%포인트) 이후 4년 만이다. 사교육 참여율은 전체 학생 가운데 유료로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비중을 의미한다. 지난해 전국의 사교육 참여율은 2017년보다 1.7%포인트 상승한 72.8%였다.

전국과 달리 부산의 사교육 지표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인 것은 지역의 공교육 강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부산시교육청은 그동안 사교육 수요가 많은 국·영·수와 예체능 과목의 방과후학교 운영을 내실화하고, 초중고별 사교육 경감 대책을 추진한 것은 물론 학생 맞춤형 교육 과정을 운영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교육청은 이와 함께 올해도 학생 개별 맞춤형 지원 여건을 강화하고, 수업과 평가를 혁신해 학교 교육 참여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고교 진로 디자인 학기 운영 등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더 넓혀 사교육 수요를 지속해서 줄여나갈 계획이다. 김석준 교육감은 “공교육을 내실화해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사교육을 줄이는 지름길”이라며 “모든 학생이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국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는 지역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지역 교육계 한 전문가는 “부산시교육청이 잘 했다기보다 가정 경제가 어려워 사교육비를 줄인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부산의 사교육 지표가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7년 28만7000원에서 지난해 30만2000원으로 5.2%(1만5000원)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일반고 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율은 6.3%(34만9000→37만1000원)로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영지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