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 유력 용의자를 국내로 송환하는 데 실패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경찰이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떤다.

최근 고무 물통에 유기된 시신이 4년여가 지난 시점에 발견(국제신문 지난 14일 자 8면 보도)된 것을 비롯해 부산지역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겉돈다는 비판이 인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5일 장기 실종·가출 사건 추적 활동 강화 회의를 열어 신혼부부 실종 수사 대책 등을 논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회의에서 ▷남부경찰서 전담팀 인력 보강 및 부산경찰청 수사 지도 강화 ▷용의자 자진 출석 독려 및 대사관 협조 요청 ▷노르웨이 법원 용의자 인도 불승인 결정 항고 여부 검찰과 논의 ▷시민 제보를 위한 실종부부 사진 공개 확대 등을 논의했다.

경찰은 일단 그동안 수사를 맡아온 남부경찰서에 인원을 보강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등 별도 전담팀으로 사건을 이첩해 그동안 수사 기록 등을 새로 검토하는 것보다 이 방안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남부서 전담팀 규모는 애초 5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난다.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용의자 A(여·38) 씨를 송환할 다른 방법도 찾기로 했다. 경찰은 주노르웨이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불법체류자 신분인 A 씨를 추방하는 게 가능한지 문의할 계획이다. A 씨 본인에게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자진 출석도 독려한다.

그러나 경찰 스스로 “새로운 증거를 찾을 가능성이 희박해 수사가 어렵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후약방문 대책’이 실효가 있을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된다. 부산경찰청은 18일 오전 다시 회의를 열어 신혼부부 실종 사건 수사 대책을 확정한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