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이중 지원할 수 없게 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반면 자사고와 일반고 신입생을 동시에 선발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11일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 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제5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시·도 조례로 정하는 이른바 ‘평준화’ 지역에서 후기 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2개 이상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자사고는 이중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헌재는 이중 지원 금지가 자사고 지원자와 학부모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생들은 이중 지원 금지 조항으로 인해 원칙적으로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가 없고, 지역별 교육감 재량에 따라 배정과 추가 배정 여부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학교군에서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고, 통학이 어려운 먼 거리 비평준화 지역 학교에 진학하거나 학교의 장이 입학 전형을 실시하는 고교에 정원 미달이 발생하면 추가 선발에 지원해야 한다”며 “자사고에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런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자사고와 일반고 학생을 동시에 선발하도록 한 같은 법 시행령 제80조 제1항은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해당 학교의 장이 입학 전형을 정할 수 있어 적합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지장이 없고, 입학 전형 실시권자나 모집 단위 등도 그대로 유지해 사학 운영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했다”며 “국가가 학교 제도를 형성할 수 있는 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7년 12월 시행령을 개정해 통상 전기에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사고와 후기에 선발하는 일반고의 일정을 맞추도록 했다. 자사고와 일반고에 이중 지원을 금지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해 고교를 서열화하고 공교육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자사고 등은 지난해 2월 이 조항이 사립학교 운영권을 침해하고,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