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중에는 일가족도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17일 새벽 이 아파트에서 살해된 가장 어린 피해자는 금모(12) 양이다. 금 양의 할머니 김모(63) 씨도 피의자 안모(42) 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금 양을 구하려고 안 씨에게 저항하던 어머니 차모(41) 씨도 흉기에 옆구리가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금 양의 사촌언니 염모(21) 씨도 연기를 흡입해 치료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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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진주 한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염 씨는 “동생(금 양)과 함께 대피하다가 2층 계단을 막고 서서 흉기를 휘두르는 남자가 있어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동생을 잡아채서 순식간에 찔렀다”고 흐느꼈다. 아파트 4층 같은 집에서 대피하던 금 양과 차 씨, 염 씨 등과 달리 김 씨는 아래층에 따로 살고 있었다. 김 씨는 흉기에 찔려 숨진 채 1층 입구 쪽에서 나중에 발견됐다.
5층에 거주하던 강모(54) 씨와 최모(18) 양도 희생자 중 일가족으로 알려졌다. 최 양은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강 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이들은 안 씨 바로 윗집에 살며 각종 괴롭힘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A 씨는 “관리사무소와 경찰에 ‘누구 하나 죽어야 제대로 조치를 해줄 거냐’라고 항의했는데, 실제로 이 사달이 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에는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진주 경상대병원과 한일병원 제일병원 고려병원 등지로 분산됐던 사망자를 중심으로 분향소가 차려졌다. 갑작스러운 참사에 유족 모두 오열했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친척이 먼저 와 있던 유족과 만나 통곡하기도 했다. 금 양과 최 양이 다니던 학교에서 보낸 조화도 장례식장 입구에 놓였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있을 수도, 절대 있어서도 안 되는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번 사고를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간주하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주시는 피해 주민들에게 의료비 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또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피해자 긴급 지원 대책본부’를 구성했다.
김인수 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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