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발되면 벌금 내고 다시 영업

- 인체유해 유기화합물 무단 배출
- 뺑소니차 수리로 추적 지장도
- 금정서, 정비업체 3곳 업주 입건

자격을 갖추지 않은 자동차정비업체들이 불법으로 차량을 판금·도색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판금·도색 작업은 다량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건 물론 범행을 숨기는 데 악용될 수 있지만, 업체들은 단속과 처벌이 약한 틈을 타 불법 영업을 멈추지 않는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지자체에 1, 2급 자동차정비업 등록을 하지 않고 차량 도색 등 불법 영업을 일삼은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A정비업체 등 3곳의 업주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정비업체 업주들은 자격도 없이 작업장에 공기 분사기나 도색 장비를 두고 불법으로 영업한 혐의를 받는다.

적발된 업체들은 수년~수십 년간 집진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불법 영업을 일삼았다. 경찰 조사 결과 B정비업체 업주는 20년가량 자동차정비업을 하면서, 과거 같은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불법 영업을 계속했다. B정비업체 외 다른 2곳의 업주 역시 같은 혐의로 벌금을 낸 전례가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판금·도색을 반복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자동차정비업은 1, 2, 3급으로 나뉜다. 이른바 ‘카 센터’로 불리는 3급 정비업체는 50㎡의 면적만 확보하면 지자체에 등록할 수 있지만, 집진 시설이 필요한 판금·도색 작업은 할 수 없다. 이번 단속에 걸린 업체들은 3급 정비업체인데도 판금·도색 작업을 해 사실상 ‘무등록’에 해당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상 단속에 걸리면 3000만 원까지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100만~300만 원에 그친다. 이 때문에 정비업체 업주들 사이에선 ‘몇 년에 한 번씩 영업세를 낸다’는 생각으로 버티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차량을 도색할 때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 물질(VOC)이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고, 불법 판금·도색 작업이 범죄를 은폐할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 VOC는 악취를 유발하고 신경 장애나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규제받는다.

특히 지자체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난 무자격 업체의 판금·도색은 수사기관이 뺑소니 등 차량을 이용한 범죄를 추적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이에 부산경찰은 지난해 부산자동차정비조합과 합동으로 무자격 의심 업체 16곳을 점검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뿌리’가 뽑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정비업체를 관리하는 지자체가 특별사법경찰을 동원해 대대적 단속과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해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자동차정비업체 200여 곳을 특별 수사해 이 가운데 78곳을 적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뿐 아니라 부산시 차원에서 환경 오염과 범죄 은닉에 악용되는 무자격 자동차정비업체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