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감호소 이송도 쉽지 않고
- 완치 안돼도 만기되면 출소
- 인권침해로 강제 입원은 안돼
- 피해자들 범죄 무방비 보복 우려

조현병을 앓다가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되더라도 병을 완치하지 않은 채 출소할 가능성이 높아 피해자와 지역 주민이 계속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일 부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조현병을 앓던 A 씨는 지난해 3월 이웃인 슈퍼마켓 주인 B 씨의 머리를 쇠파이프로 내리쳐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 A 씨는 특수상해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뒤 지난 3월 만기 출소했다.

B 씨는 검찰로부터 A 씨가 출소한다는 통보를 받고는 보복범죄 피해를 우려해 동부경찰서 청문감사실 피해자보호팀에 상담을 요청했다. 경찰은 A 씨의 조현병 증세가 완화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부산교도소를 통해 평소 수감생활을 알아봤다. 그런데 A 씨가 평소 잘 씻지 않거나 괴성을 지르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설명을 들었다. 게다가 지난 1월에는 원격진료를 통해 조현병 약 처방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약을 처방받은 후 2, 3주 동안 약을 복용했으나, 이후에는 약을 씹지 않으며 먹기를 거부해 교도소 측에서 약을 복용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의 조현병 증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보복범죄를 막기 위한 행정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동구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문의했으나, 위험성을 추정하는 것만으로는 행정입원을 시킬 수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보건소는 또 출소와 동시에 강제입원시키는 것은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하는 수 없이 경기도에 사는 누나와 함께 설득한 끝에 A 씨를 한 병원에 행정입원 조처했다.

이처럼 조현병 환자가 수감 생활 중 병을 완치하지 않고 출소하더라도 강제입원을 시키기는 쉽지 않다. 교도소는 조현병을 앓는 수감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여건을 갖추지 못해 치료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재소자가 투약을 거부하면 설득해 보지만 강제로 약을 먹일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수감 중 정신질환 증세가 심해지면 공주 치료감호소로 이송하지만, 감호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이송 요청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실제 B 씨와 이웃 주민들은 A 씨를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소에 수용해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거부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가족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행정입원 조처가 가능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손쓸 방법이 없다”며 “출소 후 재범 우려가 높은 조현병 환자를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