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가 부산 한 종합병원에서 소동을 피운 뒤 마트와 택시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자칫 병실 내 환자가 위험한 상황에 내몰릴 뻔했지만, 병원 측은 사전에 정신질환자의 이상 증상을 감지하거나 제재하지 못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심야에 병원에서 소동을 벌이고 마트 직원과 택시 기사를 흉기로 위협한 혐의(특수협박)로 A(38) 씨를 입건해 강제 입원 조처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날 0시께 수영구 한 종합병원 6인 병실에서 “꿈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한다”고 소리치며 2시간가량 소동을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같은 병실 환자 보호자에게 링거 거치대를 휘두르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일 교통사고를 당해 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A 씨를 빈 2인 병실로 옮겨 진정제를 투여했지만, 별도 관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A 씨는 병원을 빠져나와 인근 마트로 간 뒤 식육 판매대에서 흉기를 훔쳐 직원 B(41) 씨를 위협했다.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 씨는 다시 마트를 나와 택시를 타고 기사 C(70) 씨에게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해 강제로 택시를 몰게 했다. C 씨는 황령산 방향으로 택시를 운행하던 중 음주운전 단속을 하던 경찰을 보고 차를 세운 뒤 도움을 요청했다. A 씨는 곧장 달아났지만, 마트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택시를 추적하던 경찰에 검거됐다.

A 씨는 6, 7년가량 우울증과 공황장애 증세로 정신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조사 당시 A 씨는 간혹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A 씨를 부산시립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고, 가족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이 A 씨의 정신병원 진료 사실을 모른 채 교통사고 환자로만 알아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자칫 다른 환자들이 자다가 변을 당할 뻔했다. 장기 입원이 가능하도록 정신병원 후송 때 가족을 대동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의 초기 대응을 놓고도 논란이 인다. 애초 A 씨가 입원 등록할 때 정신과 진료 기록을 파악해 다인실 입원을 막아야 했다는 것이다. 또 병원 측이 A 씨의 병실 난동 이후 물리적으로 제재하지 않아 2, 3차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정신질환자의 일반 입원·진료 등록 때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의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으면 다른 병원에서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파악할 통합의료시스템이 없다”며 “통상 환자가 이상 행동을 하면 신경정신과 치료와 연계하는데, 새벽에 발생한 일이라 그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