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소송 등 거센 후폭풍 불 듯
- 부산교육청, 이달 말 결과 발표

전북 전주시 상산고와 경기 안산시 안산동산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각각 기준 점수에 미달해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유일 자사고인 해운대고도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오는 27일 자사고 재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당일 또는 다음 날 해운대고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고 20일 밝혔다. 만약 재지정 기준 점수(70점)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면 시교육청은 교육부 장관 동의를 얻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다. 다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소속이 유지된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5년마다 이뤄진다. 올해 평가를 받는 곳은 전국 자사고 42곳 중 해운대고를 포함한 24곳이다. 이 가운데 20일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온 상산고와 안산동산고 모두 재지정 취소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은 시·도교육감에게 있지만, 교육부 장관 동의를 받아야 해 최종 결정권자는 사실상 교육부다.

자사고는 고교 평준화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김영삼 정부 때 제안되고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도입된 자립형사립고가 전신이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로 49개 학교로 늘었다가, 지금은 42곳이 남았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평가·운영에 자율성을 갖는 대신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국가에서 지원받지 못한다. 재정 지원이 없다 보니 학부모 부담금(학비)이 일반고 3~4배 수준으로 비싸 ‘귀족 학교’라는 평도 받는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논란 때문이다.

앞으로 줄줄이 발표될 재지정 평가 결과에서 대거 취소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상산고와 안산동산고는 이미 행정소송 등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하며, 교육청 결정에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내 “불공정한 결정인 만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운대고는 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를 지켜본 뒤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운대고 정권균 교장은 “타당한 이유 없이 부정적 결과가 나온다면 다른 시·도 자사고와 연대해 행정 소송 등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해운대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지난번과 달리했다. 학교 측에 유리한 학부모·학생 만족도 같은 평가 항목 배점을 줄이고, ‘감사 지적사항’ 항목을 신설해 최대 12점까지 감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재단 전입금을 해마다 입금하지 않으면 감점하는 항목도 새로 만드는 등 기준을 훨씬 까다롭게 바꿨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