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대구시도 도심 속도 10㎞ 낮춰
- 교통사고 건수·사망자 대폭 감소 효과
- ‘속도 느릴수록 사고도 줄어든다’ 입증
- EU국가·美 주요 도시도 50㎞로 제한

- 시속 60㎞로 달릴 때 사고 심각도 85%
- 50㎞일 때는 55%로 급격하게 떨어져

자동차는 반드시 제동거리가 필요하다. 제동거리는 주행 중인 자동차가 브레이크가 작동하기 시작할 때부터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진행한 거리를 의미한다. 제동거리에는 도로의 경사나 브레이크 상태 등도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주요한 요소는 차의 속력이다. 빠르게 달릴수록 제동 거리가 길어지고 앞차와의 충돌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4월 부산경찰청에서 열린 ‘안전속도 5030’ 로고 제막식에서 어린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아일랜드의 제한속도 관리매뉴얼에 따르면 차량 속도가 느려질수록 교통사고 심각도 역시 감소한다. 시속 60km일 때 교통사고 심각도는 85%에 이르지만, 시속 50km일 때는 심각도가 55%이고, 시속 30km일 때는 15%로 크게 낮아진다. 속도의 차이는 시속 10㎞에 불과하지만 교통사고 심각도는 30% 이상 경감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2014년 2월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도심 제한속도 개선을 통한 교통사고 감소방안’ 내용에 따르면 제한속도를 낮출수록 사고 발생률도 줄어들었다. 시속 50㎞ 때 급정거 시 밀려 나가는 거리를 100으로 가정할 때 시속 60㎞는 120, 시속 70㎞는 140으로 증가했다.

사고 발생률은 시속 50㎞ 기준 100에서 시속 60㎞일 때 460, 시속 70㎞일 때 830으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보행자 사망률도 시속 50㎞ 기준 100과 비교해 시속 60㎞ 180, 시속 70㎞ 210으로 나타났다. 돌발상황과 사고 발생 확률, 사망 확률 등을 포함한 돌발상황 1만 건당 사망자 수도 시속 50㎞는 10, 시속 60㎞는 78에 그쳤지만, 시속 70㎞의 경우 165로 급증했다.

부산에 앞서 제한속도 기준을 낮춘 지자체의 교통 사망 사고는 눈에 띄게 줄었다. 울산시는 2015년 시내 주요 도로와 이면도로 등 총 12개 구간의 제한속도를 시속 10㎞씩 낮춰 전체 사망 사고가 24.8%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세종시는 2016년 시내 총 44.6㎞ 구간에 걸쳐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설정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5명에서 18명으로 줄었고, 보행자 사망은 10명에서 5명으로 감소했다. 대구와 경기도 안산시 등도 전체 사망사고와 보행자 사망사고가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한속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부분의 EU 국가 및 미국 주요 도시는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췄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관계자는 “도시 내에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한속도를 하향시키고, 도로 폭과 기능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