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 청소업자 등 48명 검거

200억 원대 선박용 연료유(해상 면세유)를 불법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유통한 면세유는 국내 일부 화력발전소의 용광로 연료유로도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해상 면세유를 폐유로 위장한 뒤 육상으로 들여와 판매한 혐의(장물 취득과 석유 및 대체 연료 사업법 위반 등)로 유창 청소업자 A(76) 씨를 구속하고, 폐기물 재활용업자 B(47) 씨 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A 씨 등 28명은 2014년 10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부산항과 울산 장생포항 인근 해상에 정박 중인 유조선 등에서 빼돌린 해상 면세유 3371만 ℓ를 외항선에서 수거한 폐유인 것처럼 세관을 속여 육상으로 가져와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0ℓ짜리 드럼 1통에 11만 원인 면세유를 3만5000원에 사들인 뒤 배가량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

B 씨는 A 씨 등을 통해 산 해상 면세유를 벙커C유로 정제하는 이른바 ‘기름 세탁’ 과정을 거쳐 구매가의 50%가량 마진을 붙인 뒤, 국내 일부 화력발전소에 용광로 연료유로 팔거나 선박 연료유로 되판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B 씨가 판 해상 면세유는 비닐하우스 농가나 섬유공장 등에 유통되기도 했다.

해상 면세유는 유황 성분이 1% 미만인 저유황 연료유와 비교하면 황 함유량이 3.5% 이하로 많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대기오염 주범으로 꼽혀 육상 반입이 철저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A 씨 등은 지정 폐기물인 폐유는 세관에 전산 신고만 하면 별도 절차 없이 육상으로 들여올 수 있는 허점을 이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수시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기존 자료를 폐기해 증거를 없애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해상 면세유 불법 거래 문제점을 환경부와 부산세관에 알리고,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로 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