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만일의 사태 대비해 심야 대기

8일 경남 거제시 한 아파트 복도에서 40대 남성이 건설사 대표인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후 경찰과 밤늦게까지 대치했다.

8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옥상에서 앞서 흉기로 한 건설사 대표를 살해한 박모(45) 씨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2시17분 거제시 옥포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1층에서 박모(45) 씨가 A(57) 씨를 흉기로 찌른 뒤 20층 옥상으로 달아났다. 흉기에 찔려 쓰러진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A 씨는 이 아파트 상가 사무실에 입주한 건설사 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형사 기동대와 특공대 등을 아파트 옥상으로 보내 박 씨를 검거하려고 했지만, 박 씨는 오랜 시간 완강히 저항했다. 경찰은 현장 CCTV 영상을 통해 박 씨가 움직인 경로를 확인했다. 박 씨는 이 아파트 입주민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박 씨는 흉기를 든 채 아파트 옥상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겠다”고 소리 지르며 “아내와 통화하게 해 달라. 아내를 불러 달라”고 경찰에 계속 요구했다. 박 씨는 숨진 A 씨 업체에서 일하는 아내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아내와 이혼했다는 말도 나와 경찰이 상황을 조사 중이다. 이 아파트 관리는 시공 당시 골조 공사를 맡았던 지역 건설사가 겸하고 있으며, 박 씨 아내는 이 업체에서 경리 업무를 했다.

경찰은 박 씨가 A 씨를 살해한 동기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박 씨가 별거 중인 아내와 관련한 문제로 평소에도 A 씨와 언쟁을 벌이는 등 다퉜다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박 씨가 A 씨에게 어떤 식으로든 앙심을 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경찰은 협상팀과 분석관 등을 긴급히 투입해 박 씨에게 자수하라고 권유했지만, 박 씨는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서서 오히려 경찰에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의 손에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도 들렸다. 경찰과 함께 출동한 소방은 아파트 1층에 추락 방지 매트리스를 설치해 박 씨가 뛰어내릴 가능성에 대비했다. 박 씨는 경찰의 끈질긴 설득에도 이날 오후 8시30분께까지 옥상에서 6시간가량 버티며 내려오지 않았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