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지역 역사교사들이 방학 중 받는 연수 프로그램이 취지에 맞지않게 짜여지고 강사마저 부적절하게 선정되는 등 부실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전교조 부산지부와 부울경역사교사모임은 공동으로 “국정교과서 집필자와 초등교사의 강좌를 폐지하고 현장교사의 경험과 실천을 담은 교과교육 강의를 편성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이번 연수 프로그램의 부실과 부적절성을 성토했다.

역사교사 1급 정교사 자격연수는 교직경력 3년 이상의 젊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연수과정으로 22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3주간 부경대 부설 교육연수원에 위탁해 실시된다. 그 동안에도 교사들 사이에 이 연수의 부실성은 지적돼 왔는데 이번에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지난 정부의 최대 적폐 중 하나인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교수가 강사로 참여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학생 발달단계에 따라 교육방식이 다른데도 중등 학급운영에 관한 강의를 초등교사에게 맡겨 교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문제가 되는 국정교과서 집필 교수와 초등교사 강사는 문제성을 인식해 이미 교체했다. 홈페이지에 탑재된 것을 보고 교사들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적받고 나서 뒤늦게 수습할 것이 아니라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적절한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교육청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연수 프로그램의 교육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정교사 자격연수 표준교육과정은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개선을 위해 필요한 수업역량이 강조돼 있다. 수업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교과교육론 전공자나 현직 역사교사의 강의를 많이 배치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며 교사들도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수에는 교과교육과 관련된 강의가 하나도 개설되지 않아 정작 교사들이 필요한 부분은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교과 내용학 영역에서 영역별 편중이 심각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영역에서 동아시아사 관련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사와 서양사 강좌는 축소됐다. 최근 근현대사 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역사교육계의 요구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성명서에서 전교조 부산지부와 부울경역사교사모임은 이에 대해 모든 강사를 부경대 내 교수로 채웠기 때문이라며 성의없는 교과편성에 대해 비판했다.

시교육청은 “교과교육과 관련된 강의를 더 개설하고 교과 내용학에서 교사들이 원하는 근현대사 교육 강화나 다양화를 위해 다른 강사를 섭외하는 등의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부산지부와 부울경역사교사모임은 “지역 교육청이 지역의 젊은 교사들을 길러내는 데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교육의 질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므로 자격연수 프로그램 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구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