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교사 평가 의존 학생 선발”
- 학부모 “정시 확대 더 늘렸어야”
교육부가 2024학년도 대입부터 학교 교육과정 외 비교과활동을 반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에서는 학생 선발을 고교 교사의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고교에서는 교육이 문제풀이로 퇴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교육부 발표안을 보면 2024년부터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 활동 기록은 대입 때 반영되지 않는다. 교내 정규동아리 활동 기록은 반영되지만, 자율동아리 활동은 반영하지 않는다. 봉사활동도 학교 교육계획에 따라 교사가 지도한 실적만 반영되고, 학생이 개인적으로 한 봉사활동 실적은 반영할 수 없다. 자기소개서도 제출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학은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특성을 드러낼 기회를 빼앗아 간 방안”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교사가 기록하는 정규교육과정 내 비교과활동이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 A 대학 입학 사정관은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교사가 몇 줄 적어놓은 특기사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교사가 학생 개인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기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정관은 “학생의 적극성, 전공적합도 등을 판단할 길이 없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권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교사가 학생부 등 대입 전형자료를 공정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연수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평가·기록 역량을 강화하고, 비위가 있다면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부산 B 고교 교사는 “수업 외 업무가 늘어날 게 뻔하고, 내가 적는 몇 줄에 학생 평가가 전적으로 달린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자기소개서나 자율활동 기록은 학생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인데 이런 것까지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수업이 과거 문제풀이 위주로 회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시 비율이 40% 이상인 만큼 수능 문제 풀이를 등한시할 수 없고, 학생부종합전형 비교과 영역도 축소돼 내신의 위력이 커지면서 학생이 다양한 활동보다 지필고사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C고 교사는 “반복연습이 중요한 수능의 특성상 문제풀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처는 공교육을 완전히 허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시 확대’를 줄곧 주장해왔던 학부모·시민단체는 “서울 16개 대학에만 정시 40% 이상을 권고한다는 교육부 안이 퇴보했다”며 “50%, 나아가 8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비교과 폐지, 공공사정관제 도입, 논술·특기자 폐지 등은 대입 공정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일부 환영했으나 “수시 수능최저기준은 폐지하지 않고, 교과 지식을 묻는 구술고사 관련 대책도 없어 수험생 부담이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부산 정관고 권혁제 교장은 “지역 교육현장 입장에서는 수시 위주로 학교 운영 전반을 모두 바꿔놨는데 이제 와서 정시가 확대되면 서울지역 고교보단 아무래도 정보와 교육 인프라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어 진학 대비가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