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의혹 수사에 나섰지만 피해자 진술도 받지 못한 채 2주 가까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사태가 확산하는 추세지만 물의를 빚은 오 전 시장은 열흘 넘게 잠행을 이어가 시민의 비난 여론이 커진다. 오 전 시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부산시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성추행을 인정했다. 이날 경찰은 내사에 착수해 지난달 27일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또 주변인 및 참고인, 고발인 조사→피해자 조사→피의자 조사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 사퇴 이후 2주 가까이나 흘렀는데도 경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쥔 피해자 진술은 물론 오 전 시장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오 전 시장을 성추행과 채용 비리 등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활빈단) 대표와 부산시청 직원 등을 상대로 고발인 참고인 조사를 하는 데 그쳤다. 또 성추행 장소로 지목된 시장 집무실의 구조를 파악하고 주변 CCTV 영상 분석도 했지만, 아직 오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순서를 바꿔 피의자인 오 전 시장을 먼저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지만, 아직은 피해자 진술을 조금 더 기다려본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조사를 먼저 할 수도 있으나 현재는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피해자 진술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수사기관으로 강제로 불러 진술을 받을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 오 전 시장이 자발적으로 경찰에 출석해 사건 전모를 밝히는 게 혼란만 거듭하는 부산시정과 시민에 예의를 다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연휴 기간 경남 거제도의 한 펜션에서 지낸 것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자 이 숙박시설에서는 떠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여성의정참여연대 유순희 대표는 “부산시 최고 책임자였던 오 전 시장은 경찰 조사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부산 이미지에 먹칠하고 숨어 있는 것은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압박도 거세다. 활빈단은 지난 4일 오 전 시장과 측근, 부산성폭력상담소 등을 상대로 추가 고발장을 경찰에 냈다. 이미 고발했던 오 전 시장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 외에 강제추행,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장형철 정책수석보좌관 등 오 전 시장 재직시절 정무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사건 무마를 시도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상담 내용, 인적 사항을 정무라인에 알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비밀 준수 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됐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부산시의회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통합당의 제안에 반대한 시의원 41명을 범죄방조 혐의로 수사할지 검토 중이다. 부산 북구의 한 시민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41명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책임 추궁에 함구하고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관련 진정 내용이 경찰로 이첩된 데 따른 조처다.

박현철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