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산과 바다를 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교통로로 활용된 자연발생적 길이 많은 지역이다. 반면 국가나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정식으로 만든 도로는 부족하다. 부산의 도로율은 21.82%(총연장 4003㎞)로 전국 7대 광역시 평균(24.88%)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등록 자동차 대수는 다른 도시보다 많아 운전하기 힘든 도시로 유명하다. 인구대비 고령자 비율은 18.2%에 달하는 전국 ‘최고령 광역시’로 보행자 안전 또한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

부산경찰청은 이런 여건과 운전행태·교통안전 등 교통문화지수가 타 시·도에 비해 낮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전국 최초로 ‘안전속도 5030’을 시행했다.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문화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부산에 제한속도 구역을 결정하면서 도로의 기능과 물류 도시의 특성도 고려했다. 부산지역 전체도로는 8432개 구간이다. 이 중 관문대로나 충장대로처럼 물류도로·자동차전용도로로 활용되는 47개 구간은 현행 제한속도(시속 60~80㎞)를 유지시켰다. 시내 주요도로 389개 구간은 시속 50㎞, 보호구역과 이면도로 7990개 구간은 시속 30㎞로 하향 조정했다.

그 결과, 보행자 교통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시행 6개월(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2명에서 52명으로 16% 감소했다. 특히 보행 중 사망자 수는 34명에서 21명으로 38% 급감했다. 차 대 차 사고도 지난해 4486건에서 올해 4336건으로 줄었다.

경찰은 교통사고가 잦은 구간에 중앙분리대 투광기 등 교통안전 시설물을 보강·설치하고 교통체계를 개선해 지속적으로 교통사고를 줄일 계획이다. 무단횡단이 빈번한 장소의 횡단보도 설치도 확대한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개선, 안전교육 및 홍보, 불법 주정차와 과속 단속을 중점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공동기획: 부산광역시, 부산지방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