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세대 중 9세대에 선통보
- "우린 피해자" 맞소송 준비
- 국토부·구는 "중재 불가능"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위장 결혼 등 부정청약 수법으로 당첨된 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6면 등 보도)되자 시행사 측이 청약 무효를 주장하며 계약 취소에 나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 아파트 입주자는 계약 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부정청약으로 당첨된 이들이 이미 아파트를 처분하고 빠져나간 상황에서, 현 입주자를 대상으로 계약 취소가 진행되는 것은 전국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다.
24일 부산시와 해운대구, 해운대 마린시티자이아파트(사진) 입주민 등의 말을 종합하면, 아파트 분양 시행사인 A사는 최근 9세대를 대상으로 공급계약 취소 본안 소송에 앞서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공급계약 취소 ‘가능’ 대상은 38세대다.
A사는 2016년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원 당첨자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가점을 올린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고, 이는 주택법 65조(공급질서 교란 금지) 위반 행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택법상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아 질서를 교란시킨 자들에 대해서는 시행사가 공급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경우도 위장 결혼, 청약통장 매매 등 불법으로 당첨돼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 청약이 발생한 시점이 4년이나 지나면서 당시 부정청약으로 당첨된 이들은 모두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되팔았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분양권을 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 상황이다. 해당 아파트는 분양 당시보다 가격이 배 올라 프리미엄을 주고 산 사람은 큰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계약이 취소되면 사업주체 측은 현 거주자에게 입주금과 이자 상환 금액을 돌려준다. 현재 이 아파트는 당시 분양가액인 5억~6억 원의 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계약 취소 통지를 받은 아파트 입주민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앞서 해운대구에 선의의 피해자를 가려 공급계약 취소를 막아달라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운대구는 현 입주자의 민원을 취합해 사업 취소 결정권을 가진 국토부와 사업주체 측에 전달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 주민은 청약 당첨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분양권을 샀다. 하지만 가처분이나 본안 소송 등은 민사로 진행되는 만큼 직접 중재 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 법적으로 구제가 불가능하다면 시행사 측이 해당 물건을 가져가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리기보다는 원 분양가대로 일반에 돌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피해자가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현행 법으로는 국토부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염창현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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