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고발

관급 공사를 수주한 부산의 한 건설사가 불법 하도급을 맡겨 경찰에 고발당했다. 이 건설사가 공사비를 제때 주지 않아 임금 체불이 발생해 설 명절을 앞두고 노동자들이 막막한 상황에 처했다.

부산 해운대구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으로 하도급을 맡긴 혐의(하도급법 위반)로 A건설사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9일 밝혔다.

해운대구에 따르면 A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해운대구 반여로 일대 도로정비공사(공사비 약 2억9500만 원)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A사는 해운대구에 하도급이 아닌 직영으로 공사하겠다는 시공계획서를 작성했지만 실제로는 하도급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 업체는 공사에 필요한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임의로 불러 작업을 맡겼다가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잠적했으며, 원청인 A사 역시 자금난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해운대구는 설명했다.

해당 공사에 참여한 B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한 달간 개인 장비로 일한 금액만 1000만 원이 넘는다”며 “애초 준공되면 돈을 주겠다 해 기다렸으나 하세월이며 A사에 연락해도 답이 없다. 곧 설 명절인데 자금이 막혀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통상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하도급 공사의 경우 노동자별로 기계 임대차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고 해운대구는 설명한다. 이번 역시 계약서가 없어 노동자가 주장하는 금액이 맞는지를 증빙하기가 쉽지 않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계약서가 있었다면 임금 문제가 발생하기 전 차압을 걸어 대금을 받아 갈 권리가 분명했겠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아 해결이 어려워졌다”며 “구청에서 바로 노동자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도 있지만 원청이 불법 하도급을 주는 바람에 못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부산본부 건설기계지부 원경환 사무국장은 “지자체 담당자들이 법 제도를 숙지해 예외 없이 적용되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A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