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4명이 숨진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사면 붕괴 사고(국제신문 2019년 10월 4일 자 1면 보도)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임효량 부장판사)는 13일 사고 유가족과 피해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연재해에 따른 책임 제한 10%를 제외한 나머지 90%의 사고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유족과 피해 기업 7곳이 청구한 피해 금액 39억 원 중 약 35억 원 상당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사망자 1명당 1억5000만 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고, 유족과 피해 기업에도 최대 500만 원의 위자료를 각각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유족과 피해 기업은 당시 사면 붕괴 사고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방부가 석탄재를 매립해 만든 사면이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관리 책임이 국가에 있다면 2019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국방부에서 사용한 연병장 이외의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해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현장 검증과 전문가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번 판결에서 국가 책임이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국방부가 석탄재를 매립해 만든 사면에 연병장 등 시설물을 설치해 점유·관리해왔고, 배수 시설 불량 등 하자 때문에 지하수면이 상승하면서 불안정한 매립층이 무너져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면 붕괴 사고는 2019년 10월 3일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전날 밤 내린 많은 비로 약해진 지반을 떠받치던 석탄재 토사가 무너지면서 일어난 대형 산사태 사고다. 이 사고로 일가족 3명 등 4명이 숨지고, 인근 공장으로 토사가 쏟아져 들어오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