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가 살아나면서 울산지역 산업 현장 곳곳에 인력난이 벌어진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에 가로막혀 효율적 인력 운용 차질과 함께 인건비 부담은 가중되는 이중고를 겪는다.

울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현장 협력업체 소장단은 22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파산 위기에 처한 협력업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주 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과 공사 기간 연장 등에 따라 늘어난 인건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지난 18일 작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며 “회사 존립이 위험한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루 근무 시간이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돼도 일당 개념의 임금을 그대로 보전해 줄 수밖에 없어 시급 단가가 25∼35%나 올랐다”며 “공사 기간이 2018년에 15개월 연장된 데 이어 지난달에도 9개월 연장돼 근로자에게 발생한 주휴수당 퇴직금 연차수당을 추가 지급하고 있으나 기성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공사를 중단하거나 파산하지 않고 성실히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사비를 조기 집행해 달라는 것이다.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일부터 공사 완료 때까지 주휴수당, 공사 연장 기간 발생한 퇴직 충당금과 연차수당만이라도 지급해 원활한 공정 수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한 부작용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산업계 전반에서 속출한다. 조선업계는 오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발을 구른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에 따르면 울산은 내년 1분기 4700여 명, 4분기에는 5600여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당수 협력업체가 구인난을 겪는 것은 물론 기존 인력마저 이직하는 사례가 많아 겹 인력난에 시달린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300인 이하 사업장도 올해부터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벌써 10명이 넘는 직원이 그만뒀다. 주 5일제로 월 300시간 이상 근무하던 것이 200시간으로 줄면서 급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되는데 위험한 조선소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사정이 낫다지만 대기업도 나름의 후유증을 겪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지난 2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신청했다가 열흘 만에 철회했다. 최근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해 차량 출고 지연사태가 심화하자 한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인데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불발됐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