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에서 80대 운전자가 할머니와 손녀를 쳐 숨지게 한 사고(국제신문 지난 23일 자 6면 보도)를 계기로 고령자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점차 건수가 줄고 있는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우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에게는 이동권 침해와 다르지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수영팔도시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할머니와 손녀가 사망하자 인근 주민들이 국화꽃과 인형 등을 가져오는 등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신문DB

부산경찰청은 올해(1월~11월) 부산지역 고령(만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 건수가 4822건이라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5694건과 비교해 15.4% 감소한 수치다. 2018년 전국 처음으로 부산에서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우대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5280건이 접수됐다. 2019년에는 9846건으로 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6822건, 올해(지난달 기준) 4822건으로 반납 건수는 점차 줄었다.

이 기간 전체 운전자 중 노인 운전자의 비중은 되레 늘어났다. 초고령사회에 근접한 수준의 노령화가 진행 중인 탓이다. 2018년 부산 운전자 198만3494명 중 21만976명(10.6%) 수준이었던 노인 운전자는 지난달 기준 200만5780명 중 24만9215명(12.4%)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기준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통계를 보면 60대 이상이 차주로 등록된 개인 차량은 601만1899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개인 차량 2126만2272대의 28.3%에 이르는 수치다. 8년 만에 배로 늘었다.

고령 운전자의 수와 비중이 늘어난 만큼 노인과 관련된 교통사고도 잦다. 올해 부산에선 지난 22일 기준 1913건(사망 24명 부상 2578명)의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2018년 1713건(사망 21명 부상 2366명), 지난해 1834건(사망 28명 부상 2471명)보다 많다. 2019년에는 1922건(사망 29명 부상 2664명)이 일어나 올해와 비슷했다. 전국으로 보면 지난해 노인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1만4795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0.5%에 달했다. 지난해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가운데 가해자가 노인인 사고가 23.4%로 연도별로 보면 증가 추세다.

면허 자진 반납 우대 제도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는 면허를 반납한 노인에게 10만 원이 충전된 대중교통카드를 지급한다. 부산경찰청은 지급의 근거인 ‘시 교통안전 증진 조례’를 개정해 지급액을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증액하는 것을 건의하는 등 우대 혜택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진 반납 외의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9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를 갱신하려면 3년에 한 번 적성검사와 교통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해마다 상황 판단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노인의 특성상 이 주기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안전 측면에서는 면허 갱신 주기를 짧게 할수록 좋다”면서도 “일본은 면허를 반납한 노인에게는 대중교통 요금을 받지 않고, 온천 할인 같은 별도 혜택도 준다. 부산 역시 인센티브를 늘리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이동권의 확보가 우선이라는 반론도 무시할 수 없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노인 응답자의 25.6%는 외출 시에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북구 화명동에 거주하는 A(67) 씨는 “퇴직 후 강서구 명지동에 개인 사무실을 차렸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곳이라 자가용이 없다면 출·퇴근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며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사는 노인에게는 이동권 제한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박호걸 신심범 염창현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