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선 학교 앞 걸려 사고 우려
- 선관위 “강제 못해 이동 요구만”

부산 영도구에 설치된 대선 현수막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불명확한 규정 탓에 선거관리위원회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오전 부산 영도구 부산저유소삼거리에서 검은색 SUV차량이 현수막에 시야가 가려 부산항대교 방면으로 우회전을 못 하고 대기하고 있다. 김민훈 기자

22일 오전 영도구 부산저유소삼거리, 횡단보도로 연결된 보도블록 바로 위로 대선 현수막 2개가 설치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홍보 현수막이 위아래로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두 개의 현수막이 태종대 방면에서 부산항대교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린다는 점이다. 현장을 확인해 보니 아슬아슬한 상황이 잇따라 벌어졌다. 태종로에서 삼거리를 지나 부산항대교로 직진하던 차량이 태종대 방면에서 우회전하려는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 깜짝 놀라 ‘빵~’하고 경적을 울렸다. 현수막에 가려 우회전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직진 차량 운전자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우회전하려던 차량 운전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수막에 가려 직진하는 차량이 오는지 확인하지 못해 우회전 깜빡이를 켠 채 한참을 대기했다. 운전자 이모(30대) 씨는 “직진하는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우회전할 때마다 두렵다”고 말했다.

현수막은 공식 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리적 특성상 영도로 진입한 차량의 절반이 부산저유소삼거리를 거쳐 가는 탓에 홍보의 이점을 노리고 이곳에 경쟁적으로 현수막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설치된 지 일주일가량이 지난 현수막은 취재가 시작되자 일부 후보의 것이 철거됐다. 선관위는 난감한 입장이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다른 후보자 현수막 ▷신호기 ▷안전표시를 가리거나, 도로를 가로질러 현수막을 설치하면 2년 이하의 징역과 4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 규정이 있다. 그러나 삼거리에 설치된 현수막은 차량 운전자 시야를 가리지만, 신호기나 안전표시는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각 정당에 이동 설치를 요청할 뿐이다. 영도구 선관위 관계자는 “민원을 접수해 해당 정당에 이동 요청을 한 상태다. 법상 위반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운대구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해운대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5일 반산초등학교 앞 가드레일에 한 대선 후보의 홍보 현수막이 걸렸다. 2020년 6월 연쇄 교통사고로 인해 6살 여아가 사망한 곳이다. 주민은 현수막이 가드레일을 가려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며 선관위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다. 선관위는 법 위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강제로 철거할 수 없었다. 결국 해당 후보의 사무실에 현수막 이동을 요청했고, 현수막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시선관위가 선거 현수막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막무가내식 현수막 설치를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인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선거 현수막 관련 조치는 단 1건에 그쳤다.당시 도로를 가로질러 선거 현수막을 건 후보 측에 행정 조처했다. 도로를 가로질러 현수막을 걸었을 때 처벌이 가능하지만, 선관위는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