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 구미시가 구미 해평취수장 물 공유 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20년 가까이 끌어 온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울러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5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대구와 구미시가 지난 4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맑은 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협약은 지난해 6월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의결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의 후속 조치다. 앞으로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평균 30만 t의 물을 대구로 공급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낙동강취수원 다변화 모식도

이에 따라 그동안 대구지역에 공급하던 운문댐 물 활용에 여유가 생겨 이를 울산에 공급하는 것이 실현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는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취수해 대구지역에 물을 공급하게 되면 운문댐 물을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울산에 공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즉 운문댐 물을 공급받게 되면 울산은 그동안 식수로 쓰던 사연댐 물의 수위를 낮춰 더 이상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겨 자연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연댐 위치도

송 시장은 “화합과 상생의 대승적인 결단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공급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대구와 구미 시민께 깊이 감사 드린다”며 “운문댐 물 울산 공급으로 반구대 암각화 영구 보존과 202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계의 암각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암각화센터, 대곡천의 자연생태 연구를 위한 에코지오밸리센터, 반구대의 역사문화자원을 조망하는 둘레길 조성 등으로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러면서 관광 명소 조성이 완료되면 대구와 구미 시민은 물론 운문댐 물을 나눠준 청도군민이 방문할 때 울산시민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울주군 언양읍 대곡리)는 대곡천의 수직절벽 암면(가로 8ｍ, 높이 4ｍ)에 고래와 호랑이 등 20여 종의 동물과 사냥하는 모습 등 선사인의 생활상까지 총 307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대곡리 암각화는 천전리 암각화와 더불어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지만 상류 사연댐 물 월류로 인해 물에 잠기기를 반복하면서 급격히 훼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식수인 댐 물을 대체할 상수원이 없어 지난 20여 년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해 울산시가 고민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