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교에서 하루 1만 여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달 하순 중간고사 기간을 앞두고 교육부가 확진 및 등교중지 학생의 지필평가 응시를 불허하는 방침(국제신문 지난해 12월 8일 자 1면 보도)을 유지하기로 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국제신문DB

5일 교육부의 코로나 확진 현황을 살펴보면 부산 유초중고에서는 하루 1000~30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한다. 이 중 지필시험을 치르는 중고교생은 하루 500~15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별도 시험장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확진 및 등교중지학생지필시험 응시를 불허한다. 비대면 수업이 주를 이뤄 확진 학생이 비교적 많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오미크론 변이종 유행으로 확진 학생이 대거 늘어 중간고사를 치지 못하는 학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결시 학생에게는 100% 인정점을 부여한다. 인정점은 결시한 시험 이전, 이후의 성적이나 기타 성적의 일정비율을 환산한 성적이다. 부산시교육청 평가지침을 보면 학교는 재량에 따라 ▷학생 본인의 중간고사 해당 과목 성적 또는 ▷기말고사 해당 과목의 평균 점수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인정점을 준다. 인정점을 받더라도 이전 시험 점수를 낮게 받았거나 상위권 성적의 학생은 낮은 점수를 받게 돼 고교 진학 및 대입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고2 자녀를 둔 최은영 씨는 “상위권 학생은 소숫점 차이로 등급이 갈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신 다툼이 치열하다. 인정점이 있더라도 시험을 보지 못하면 내신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데 확진학생이 인정점을 받든 응시하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선제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PCR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 ‘샤이 오미크론’이 부추긴다는 우려도 있다. 부산 북구에 사는 현재 고1 학생은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에게 내신 시험은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시험을 치를 수 없다면 증상이 있더라도 결국 검사를 안 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응시료를 내고 국가적으로 운영하지만 단위학교가 대체 시험장을 마련해 시험을 치르기는 어렵다”며 “학교들이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게 인정점을 주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