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확진 및 등교중지 학생의 학교 자체시험 응시 불허를 고수(국제신문 지난 6일 보도)한 것과 관련해 방역당국은 교육당국이 관련 계획을 마련하면 협조하겠다고 방침을 내놨다. 이에 교육당국은 “면피용”이라며 현실적으로 개별 학교의 확진자용 별도 시험장 마련 및 운영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확진 및 등교중지 학생의 학교 자체시험 응시 불허 방침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DB

전국 중·고교에서 하루 1만여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달 하순 중간고사 기간을 앞두고 교육부가 확진 및 등교중지 학생의 지필평가 응시를 불허하는 방침(국제신문 지난해 12월 8일 자 1면 보도)을 유지하기로 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7일 백브리핑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중간고사 등 기관 내 자체시험에 대한 운영 계획을 마련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이라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학교에서 수행하는 평가에 대해서는 확진자 격리자 등 등교할 수 없는 학생들의 응시를 허용하지 않는 대신, 응시한 평가에서의 성적 등을 기준으로 인정점을 부여하고 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불가피한 사유로 특별한 상황에서 자가격리 예외를 허용하는 몇 가지 부분이 있다”며 “국가 공무원 시험은 소관 부처에서 자체계획을 수립해서 확진자들이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으며, 이런 기준에 따라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전국적인 시험도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외출과 출입 등의 내용이 적절한지 관련 부처의 자체계획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이어 “국가 공무원 시험과 비슷하게 확진자 시험관리 운영계획을 개별 학교에 적용하더라도 추가 전파 위험이 없다고 여겨진다면 협의가 가능하다”며 “교육부, 교육청에서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협의가 이뤄진다면 방대본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면피용 방침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자유학년제가 시행되고 있는 중학교 1학년을 제외한 중학교 2학년 이상 중·고교에서는 이달 하순부터 4, 5일에 이르는 중간고사 기간이 도래한다.

시교육청은 4, 5일간 확진 또는 등교중지 학생을 위한 별도 시험장을 각 학교에 마련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무엇보다 감독 교사 선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감독교사는 감염 방지를 위해 레벨D방호복을 입어야 하는데 전신보호복과 장갑, 안면 보호구 등으로 구성돼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이 착용하는 수준으로 무게가 상당하다. 또 학년별 시험지 배부 및 답안지 관리 역시 쉽지 않은 문제로 꼽힌다. 학년별 시험장을 설치하는 것은 어렵고 한 개의 시험장에 학년별 학생을 모아 시험을 치르게 되면 학년별 시험지를 별도로 배부해야 하고 시험시간 및 답안지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확진 학생의 시험 응시 불허 관련해 살펴봤으나 학교별 여건이나 형평성 등의 문제로 현행 방침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부산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무엇보다 먼저 확진 학생의 외출 및 출입 허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인권위의 판단을 바탕으로 마련한 공문을 지난 1일 학교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그나마 가능한 대안이 학교가 자체 결정으로 중간고사 기간을 미루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일부 지역 학교에서 확진학생의 시험 응시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중간고사 기간을 1, 2주가량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에는 확진자 수가 적었기에 가능했다. 시교육청 이 관계자는 “학교가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중간고사 기간을 미루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도 확진자 수가 적다는 조건 하에 현실성이 있다. 예를 들어 중간고사 기간을 5월 중순 이후로 미루게 되면 6월 말 기말고사 기간과 너무 가까워 시험 범위 설정이나 성적 처리 등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