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언유착’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암호를 풀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아이폰 포렌식’에 이목이 쏠린다. 수사 전문가들은 애플의 비협조와 견고한 보안 시스템 탓에 아이폰 암호 해제가 점차 어려워지는 데다, 설사 암호를 풀더라도 수사에 필요한 정보가 기기 자체에 저장돼있지 않다면 포렌식으로 얻을 게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동훈 검사장. 국제신문 DB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6일 강요미수 혐의 등으로 고발된 한 검사장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한 검사장은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VIK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혐의 정보를 얻으려 한 일에 연루됐다며 2020년 4월 고발됐다.

검찰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인 ‘아이폰11’의 포렌식에 실패해 증거를 얻지 못해 이번 처분을 결정했다. 한 검사장은 검찰에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았다.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은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받는 만큼 이는 위법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6월과 지난해 7월 포렌식을 시도했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휴대전화 잠금 해제 시도가 더는 실효성이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숫자와 문자가 결합한 비밀번호는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달해 해제 기간을 가늠할 수 없다는 거다.

실제 아이폰 비밀번호 해제는 난도가 높은 작업이다. 아이폰은 비밀번호를 5번 이상 틀리면 1분 동안 비밀번호 재입력이 불가능하다. 그 다음부터는 1회 틀릴 때마다 5분, 15분, 1시간 순으로 비밀번호 입력 잠금 시간이 길어진다. 10번 이상 틀리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데이터가 영구 삭제된다.

이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연방수사국(FBI) 등 세계의 수사 기관은 아이폰의 메모리칩(낸드 플래시)을 이미지 파일로 복제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복제한 파일을 대상으로 무차별 암호 대입(브루트 포스) 프로그램을 돌리면 암호 잠금 상태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다. 이런 기법을 ‘낸드 미러링’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민간 포렌식 업체 등이 처음 고안한 방법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아이폰의 보안 체계가 점차 강화된다는 점이다. 아이폰의 제조사 애플은 아이폰5s(2013년 출시)부터 브루트 포스에 대응하는 ‘시큐어 엔클레이브’를 적용하고 있다. 암호화 저장소 역할을 하는 보안 전용 보조 프로세서로, 비밀번호 등 보안 정보를 난수생성기 등으로 암호화해 별도로 저장한다. 이 때문에 이미지 파일을 복제해 암호를 입력하는 ‘물리적 방식’만으로는 암호를 해제하기가 어렵다.

설령 암호가 풀리더라도 포렌식이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수사 기관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기기 자체가 아닌 클라우드 서버 등 외부에 있을 수 있어서다. 아이폰은 한 기기 내에 설치된 앱 간에도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을 만큼 폐쇄적인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다. 갤럭시 등 개방성이 비교적 높은 오픈 소스 운영체제인 구글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휴대전화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부산 한 경찰은 “애플처럼 보안이 철저한 폐쇄 서버는 사측 협조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애플은 자국 수사기관에게도 서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때때로 민간업체의 기술력을 이용한다. 대표적인 게 이스라엘의 암호해독기업 ‘셀레브라이트’사다. 이 회사는 자신들의 기술로 아이폰11까지는 비밀번호 해제와 포렌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애플은 새 기종을 출시할 때마다 보안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탓에 확실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검찰 역시 한 검사장의 아이폰 암호 해제를 위해 이스라엘로 휴대전화를 보낸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실제로 그 같은 조처가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