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아이 원하는 직업 만들어
- 부모가 월급 주고 저축도 교육
- 필요하면 대출·주식투자도 체험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부산 남구 송수초등학교 6학년 교실은 활기가 가득하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한 옥효진 교사가 학급경영활동으로 ‘세금 내는 아이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의 입에서 물가, 임금, 금리 등 경제단어가 자연스럽게 오가고 경제뉴스에 대한 분석을 하기도 한다. 교실은 ‘미소’라는 화폐 단위를 사용하며 학생 저마다 직업과 월급날이 있다. 월급을 가상 은행에 예금하고 가상 국세청에 세금도 낸다.

아이들이 직접 돈을 만지고 친해질 수 있도록 가정에서 체험활동식 경제교육을 해보는 건 어떨까. 자연스럽게 경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옥효진 교사가 송수초등학교 반 아이들과 ‘세금내는 아이들’ 교육을 하고 있다. 옥효진 교사 제공

하지만 모든 학교 교실에서 이렇게 경제교육을 할 수는 없는 일. 가정에서 ‘세금 내는 아이들’처럼 교육을 해보는 건 어떨까. 옥 교사는 “교과서에서도 경제에 관해 다루지만 생활과 동떨어져 있다. 직접 돈을 만지고 친해질 수 있고 관심과 흥미를 높일 수 있어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옥 교사의 도움을 받아 ‘세금 내는 아이들-가정편’을 소개한다.

우선 학급에서 이뤄지는 경제 금융 활동을 가정에 적합하게 변형했다. 20여 명의 아이들이 함께 활동하는 교실과 3, 4명 정도에 불과한 가정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활동의 핵심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는 경제교육활동이라는 점이다. 자녀의 학년이나 이해 수준에 맞춰 난이도를 조절하고 활동을 추가하거나 빼면 된다. 부모가 경제지식에 대해 자신이 없다면 미리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공부한 뒤 적용하면 훨씬 쉽다.

학급에서 사용하는 화폐 ‘미소’

1단계는 우리집 화폐 만들기다. 실제 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옥 교사는 화폐를 사용할 소비처를 만드는 게 어렵기 때문에 실제 돈을 사용하면 굳이 이를 만들 필요가 없어 추천한다. 하지만 저학년은 집에서 쓸 수 있는 별도 화폐를 만드는 게 좋다. 아직 어린 친구들은 간혹 교육에 사용하는 돈을 밖에 들고가 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 화폐를 사용한다면 가정 내 선반이나 공간을 가게로 꾸며 소비처로 활용할 수 있다.

2단계는 아이가 가정에서 도맡아 할 수 있는 직업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집안일 하나를 지정하기보다는 가능하면 직업 개념을 넣어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력을 제공해 돈을 버는 ‘근로소득’을 배울 수 있다. 또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경험으로 통해 돈에 대해 느끼는 가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부모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가 되게 한다거나 집 앞에 오는 택배나 우편물을 집 안까지 배송해주는 택배기사 경험을 하는 식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있다면 집안 한 곳을 전시공간으로 지정하고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 전시하는 큐레이터가 되게 하는 등의 창의적인 방법도 좋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모든 집안일에 가격을 책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안 모든 일을 돈으로 보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도맡아 할 하나의 일을 아이 직업으로 설정하고 나머지 집안일은 가족구성원으로서 하는 가정일로 보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월급을 받고 저축하는 단계다. 정해진 기간 맡은 직업활동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미리 정한 월급을 받도록 한다. 반드시 월급의 일부는 저축하도록 해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엄마은행’ 또는 ‘아빠은행’ 식으로 우리집 은행을 운영해보는 건 어떨까. 연 10% 이상의 이율을 줘 충분한 보상으로 저축에 재미를 들이도록 하는 게 좋다. 만기 역시 1년보다 짧게 설정해 지겹지 않도록 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학년은 시중은행 이용법을 배우기 위해 시중은행을 이용하더라도 은행 이자에 부모가 돈을 좀더 보태주는 것이 좋다. 자녀가 저학년이라면 이 단계까지 하는 것을 권한다. 이 정도라도 아이가 임금 소비 저축 이자 등의 개념과 경제체제를 배울 수 있다.

자녀가 고학년이라면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바로 ‘세금 모으기’다. 정해진 비율에 따라 세금을 내게 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 세금을 함께 내는 게 좋다. 월급 일부를 가족의 세금으로 모으는 활동을 통해 세금에 대한 개념을 알려줄 수 있다. 모인 세금은 기간을 정해 가족 모두를 위한 곳에 쓸 수 있다.

자녀가 이 단계까지 잘 따라왔다면 활동의 범위를 확대해 대출이나 사업활동, 주식투자 등으로 넓히는 것도 좋다. 옥 교사는 “학급에서는 인기 많은 자리를 청약을 통해 분양하기도 하고 매매도 가능하다. 주식은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제 몸무게나 가요 순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개념을 가르쳐 준다”며 “다만 신용카드나 대출 복권은 교육상 굳이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적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