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밤 부산국제영화제(BIFF) 발상지이자 관광 중심부인 부산 중구 남포동 광복로는 빈 상가가 많아 초라한 모습이었다. 남포동 상인들은 코로나19 영향 탓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자체 체질 개선을 동반하지 않으면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포동 패션거리에 임대광고가 붙어있다.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이날 국제신문 취재진이 광복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점포 입점 상태를 확인해 본 결과 점포 세 곳 중 한 곳꼴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3층 규모의 한 건물은 아예 텅 비었다. 8층 규모로 비교적 최근 건축된 YZ파크도 12개 점포가 수용가능한 1층에 단 2곳만이 영업 중이었다. 평소 같으면 대형 점포들이 뿜어내는 빛으로 밝게 빛났을 광복로 밤거리이지만, 이날 따라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중구가 20억 원을 들여 진행 중인 광복로 특화거리 정비공사 현장의 방지막도 가뜩이나 텅 빈 광복로 한복판에 설치돼 길거리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실제 이곳의 공실률은 부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높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상업용부동산임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산의 총 14개의 상권 중 남포동은 중 대형상가와 소규모상가의 공실률에서 1위를 기록했다. 부산 전체 평균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15.02%인데 남포동은 26.95%를 기록했다. 상가 4곳 중 1곳 넘게 빈 셈이다.

부산의 다른 상권인 ▷서면(9%) ▷부산대학 앞(15.84%) ▷해운대(13.47%) ▷경성대 부경대(7.78%)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도드라진다. 소규모상가의 공실률을 살펴보면 더 심각하다. 부산 전체 평균은 4.82%이지만 남포동은 14.75%를 기록했다. ▷서면 2.7% ▷부산대학 앞 4.12% ▷해운대 0% ▷경성대 부경대 0%를 기록했다.

남포동 상인들은 높은 공실률의 이유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를 꼽았다. 광복로 노상에서 고구마스틱을 판매하며 남포동과 역사를 함께한 A 씨는 “남포동은 본래 외국인 관광객으로 먹고 살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외국인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케이스 가게를 운영하는 B씨도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1년간 빠져나가는 비율이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포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C씨는 “기존과 비교해 보증금과 월세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는데도 들어오는 매장이 없는 게 현실”이라 말했다. 동아대 부민캠퍼스를 졸업한 나진수(27) 씨는 “과거 남포동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의 남포동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코로나19만으로 남포동이 비어 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도시 구조적인 문제라 남포동 자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동아대 윤갑식(도시공학과) 교수는 “전부터 남포동 자체의 경쟁력이 하락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것일 뿐 이전부터 남포동에선 탈출이 이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도시 및 지역경제학을 전공한 부경대 권오혁(경제학과) 교수도 “높은 공실률의 근본적 원인은 구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봐야 한다. 엔데믹만으로 남포동이 이전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 예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뉴미디어 벤처 업체를 유치하거나 특색 있는 관광단지를 만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