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8주기였던 16일 부산 북구에 설치됐던 추모 현수막이 여성 2명에 의해 철거됐다. 이들은 북구 의뢰로 현수막을 제거한다고 주장했지만, 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현수막을 설치했던 시민단체는 여성 2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여성 2명이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화명촛불 강찬주 활동가 제공

북부경찰서는 지난 16일 북구 화명동 장미원에 설치됐던 세월호 추모 현수막 60여 개가 철거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17일 밝혔다. 이 현수막은 화명촛불이 설치한 것으로, 화명촛불은 다음 달 13일까지 집회 신고를 한 상태다.

신고자인 화명촛불 소속 활동가 강찬주(60) 씨는 “집회신고 했고 경찰과 다음 달 8일까지 게시하기로 협의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 여성 2명이 가위로 현수막을 걸어둔 끈을 잘랐다. 북부산우체국에서 장미원 앞 사거리까지 도로 양쪽 가로수에 설치했던 현수막 60여 개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이 사실을 목격하고 즉시 항의했다. 그러자 여성 중 한 명은 “북구에서 불법 현수막 민원이 들어와 제거 중이다. 아르바이트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집회 신고했다는 항의에 그 여성은 “북구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맞은 편에 있던 여성 역시 “집회 신고가 돼 있었더라도 현수막 앞에 사람이 없으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북구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집회 물품으로 신고된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적용 배제 사항이라 집회 기간 철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구 관계자는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 2명은 모르는 사람이다.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온 건 맞지만 집회 신고가 돼 있어 철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북구는 평일 불법 현수막은 구가 직접 철거하고, 주말에는 (사)아름다운부산만들기 시민운동본부에 위탁해 철거한다. 허 팀장은 “위탁업체 북구 담당은 모두 남성이다. 이날도 위탁업체에서 장미원 인근 아파트 분양 현수막을 제거했지만 세월호 추모 현수막은 실수로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명촛불은 현수막을 철거한 여성 2명을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또 향후 집회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증거 영상 등 확보한 내용을 토대로 피의자 2명의 신원과 현수막 끈을 가위로 자른 동기를 수사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