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영업시간과 사적 모임 제한 등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차오르지만 부산의 일부 MZ세대는 “코로나19가 절대악은 아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람과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늘어난 개인 시간으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 문화기획단체‘0’의 전시회 ‘파란_’ 에서 관람객이 전시를 감상 중이다. 부산 문화기획단체‘0’ 사진 제공

특히 ‘리추얼라이프’로 삶의 활력을 얻고 새로운 지역 인적 네트워크까지 확립하기도 했다. 리추얼라이프는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의례를 뜻하는 ‘리추얼(Ritual)’과 일상을 의미하는 ‘라이프(Life)’가 합쳐진 말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칙적인 습관을 뜻한다. 매일 일정 분량 독서하기, 자기 전 요가하기, 오전 7시에 일어나기 등 사소하지만 확실한 습관이 리추얼라이프의 사례다. 사소하지만 반복된 습관으로 코로나19에서 오는 단절감과 무력감을 극복하고 심리적 성취를 얻는 것이다. 1, 2년 전부터 유행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MZ세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알차게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 ‘갓(GOD)+생(生)’도 리추얼라이프에서 파생된 단어다.

실제 부산의 MZ세대는 리추얼라이프로 찾은 삶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동아대를 졸업한 A(27) 씨는 “코로나19로 늘어난 개인 시간 덕에 매일 하나씩 블로그 포스팅을 하게 됐고, 주 3회 러닝 등 나만의 취미를 찾게 됐다. 취미가 규칙적인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나만의 의미를 지켜가면서 얻은 성취감은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외대를 휴학 중인 손세민(24) 씨도 “매일 밤 요가로 하루를 정리한다. 이제는 요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힘든 코로나 시기였지만, 그 덕에 좋은 취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김태현(27) 씨도 “매일 3장씩 책을 읽고 있다.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항상 사람과 함께 했는데, 이제는 나만의 습관을 달성하는 성취감으로 대체한 것 같다.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귀뜸했다.

리추얼라이프가 지역 인적 네트워크 확대로 이어지는 사례도 잇따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적 네트워크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취미 중심으로 재배치됐다. 부산 문화기획단체 ‘0’을 운영 중인 이지원(23) 씨는 “평소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취미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게 됐다. 소수이지만 그 친구들이 모여 사유하는 모임이라는 형태를 갖춘 지역 네트워크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문학모임 ‘감각’에 참여 중인 김민주(23) 씨도 “영화와 책을 좋아했다. 작품을 감상하고 혼자만 생각을 간직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지역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학교나 동아리 등 몸담는 곳의 사람과는 관계는 뜸해진 건 맞지만, 내가 좋아하고 나와 함께 취미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오히려 찾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